“나는 행동하는 시인이다”… ‘무대 위의 시인’ 파파이오아누 신작 ‘잉크’ 들고 내한 공연

이강은 2023. 5. 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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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시인'은 예술가로서 제 의도를 정의하는 수식어 같아요. 시인의 어원은 '하다'입니다. 무언가 행동하는 사람이 시인인 거죠."

'무대 위의 시인'으로 불리는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9)가 신작 '잉크'를 12∼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공연에 앞서 9일 국립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자신을 '행동하는 시인'이라고 소개하며 "화가의 눈으로 무대 예술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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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시인’은 예술가로서 제 의도를 정의하는 수식어 같아요. 시인의 어원은 ‘하다’입니다. 무언가 행동하는 사람이 시인인 거죠.”

‘무대 위의 시인’으로 불리는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59)가 신작 ‘잉크’를 12∼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2017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초청된 ‘위대한 조련사’ 이후 6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파파이오아누는 그리스 출신으로 연출가와 안무가, 디자이너, 배우 등을 넘나드는 전방위 예술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은 개·폐막식의 총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국립극장 제공
공연에 앞서 9일 국립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자신을 ‘행동하는 시인’이라고 소개하며 “화가의 눈으로 무대 예술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순수 미술을 전공했고 화가이자 만화가로 일찍이 두각을 드러낸 그는 현대 공연예술 거장인 연출가 로버트 윌슨과 독일 현대 무용가 피나 바우쉬를 만나며 창작 영역을 회화에서 공연으로 옮겨왔다. “공연예술은 시각예술에 밀착해 있던 나를 꺼내준 장르예요. 같은 시대 다른 예술가들과의 협업은 물론 관객들과 직접 접촉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아시아 초연인 ‘잉크’는 우주의 기원인 물이 주요 소재다. 물줄기가 보슬비처럼 무대 전체에 흩뿌려지고, 아슬아슬하게 공존하는 무대 위 두 남자의 관계가 상징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자식을 잡아먹는 크로노스를 그린 명화, SF영화 ‘에이리언’의 공상적 장면, 일본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춘화 속 문어 형상 등 신화와 영화,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대사 한마디 없이 물과 인간의 신체를 이용해 신비로운 무대를 보여주는데 연극인지 무용인지 애매하다.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국립극장 제공
파파이오아누는 “장르를 규정하긴 힘들다. 대사가 없어 연극이라 하기도, 동작을 안무로 짠 게 아니어서 무용이라 하기도 어렵다”며 “제가 발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제목 ‘잉크’는 공연 중 등장하는 문어에서 유래했다. “항상 작품의 제목을 지어주는 친구가 떠올린 것입니다. 문어의 먹물이 인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처럼, 신체를 변형해 정신적인 것을 표현한 제 작품과 (제목이) 잘 어울렸어요.”

다양한 상징이 등장하는 파파이오아누의 작품을 두고 모호하고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는 작품 속 상징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했는지 묻자 “내 역할은 행동하는 것일 뿐 작품을 분석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몫”이라며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은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당부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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