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타석, 19세 신인 교체하지 않은 염갈량...이렇게 선수가 큰다

김용 2023. 5. 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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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 논란에 가려진, 염경엽 감독의 강단.

LG 염경엽 감독은 마운드에 19세 신인 사이드암 박명근을 올렸다.

그러나 염 감독은 교체하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연승, 승리에 집착했다면 아마 이정후 타석에서 투수 교체를 생각할 감독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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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LG 박명근. 창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5.03/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도루 논란에 가려진, 염경엽 감독의 강단.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LG는 4연승에 도전하는 중요한 한판이었다.

4-4 팽팽한 승부. 그리고 9회초. LG 염경엽 감독은 마운드에 19세 신인 사이드암 박명근을 올렸다. 개막 후 염 감독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팀의 미래.

하지만 위기를 맞이했다. 2사까지 잘 잡아놓고 이용규에게 안타를 맞았다. 여기에 흔들렸는지 임지열을 사구로 출루시켰다. 그리고 타석에는 이정후. KBO리그 최고의 타자. 여기서 안타를 맞으면 경기를 내줄 가능성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하지만 교체는 하지 않았다. 염 감독이 추구하는 '디테일'이라면 좌타자 이정후를 상대로 좌완 함덕주를 등판시키면 될 일이었다. 상성상 사이드암 박명근은 이정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경험 차이도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염경엽 감독과 김정준 수석코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5.09/

그러나 염 감독은 교체하지 않았다. 박명근에게 이정후와의 승부를 지시했고, 이닝을 마쳐줄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어린 투수가 씩씩하게 공을 던져 염 감독의 바람대로 이닝을 끝냈다. 좌측 펜스 앞에서 잡힌 큰 타구이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수비에 잡혔으면 아웃이다.

그렇게 LG는 10회초를 함덕주로 막았고, 10회말 결승점을 내며 4연승에 성공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연승, 승리에 집착했다면 아마 이정후 타석에서 투수 교체를 생각할 감독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염 감독의 강단, 그리고 선수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한 경기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박명근에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한 것이다. 그 위기에서 최고 타자를 잡아낸 박명근은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을 게 당연하다.

2023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경기를 마무리 지은 LG 박명근이 기뻐하고 있다. 창원=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5.03/

염 감독은 짧게는 시즌 막판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열렸을 때 고우석, 정우영 등이 대표팀에 차출될 상황을 대비해서, 그리고 길게는 LG 마운드를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구상 속에 박명근, 유영찬 등 젊은 투수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고 있다.

염 감독이 이번 시즌 '뛰는 야구' 논란으로 인해 다른 점들이 묻히고 있기는 하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도 신민재가 무리한 3루도루를 하다 아웃되며 경기를 내줄 뻔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에 선수를 잘 키워내는 지도자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 시절 박병호, 김하성,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 김민성 등을 리그 최고 스타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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