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 저격’ 식품은 무엇인가요?

이동민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2023. 5. 10. 1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Z세대를 설명하는 단어로 '취향’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자신의 취향을 숨기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면, 지금은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 개성이 되는 시대다. 더 나아가 이렇게 드러낸 취향을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통해 타인들과 공유한다.
취향을 드러내는 심리는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 중 자아실현의 욕구(Self-Actualization Needs)와 관련이 있다. 욕구단계설은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한 것으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달·성장시키고 완성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가장 상위 단계로 타인과의 비교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다.

취향을 드러내는 기호식품 & 신선식품

식품 중 '취향’과 관련된 품목으로는 주로 커피나 차, 와인, 라면 등의 기호식품군이 떠오를 것이다.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어떤 라면을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커피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애착하는 식품의 브랜드, 레시피 혹은 자신만의 비법을 이야기할 것이다. 기호식품은 접근성이 쉽고 종류가 다양해 개인의 취향을 찾기에도 용이하다.
커피의 종류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종이컵에 휘휘 저어 만드는 믹스커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 골목마다 있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가 떠오르지 않는가? 코로나19 이후 추가된 장면이 있다. 커피머신, 드리퍼 등을 이용해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모습이다. 실제 국내 커피 소매시장은 달콤한 믹스커피로 대표되는 조제 커피의 비중이 줄고, 커피를 직접 내릴 때 필요한 볶은 커피의 규모와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는 소비자들이 커피믹스의 획일화된 맛이 아닌 커피의 생산 지역, 로스팅 방법 등에 따른 다양한 맛과 향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 캡슐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의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서 2023년 4월 기준 35가지 각기 다른 맛을 지닌 커피 캡슐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예다. 또 최근에는 디카페인 옵션의 등장으로 커피 시장의 외연이 확장하며 수요의 대상이 더 넓어진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과거에는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층이 한정적으로 소비하는 시장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옵션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인 사과는 머릿속에 뚜렷하게 그려지는 커피나 라면에 비해 그 종류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매대 위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사과 재배면적의 67%는 1939년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인 후지(부사)가 차지했다.

최근에는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가장 기반이 되는 식재료 영역에서도 취향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과 필자가 공동 연구한 바에 따르면 신선식품 분야에서도 소비자들이 취향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식재료 유통 기업의 프로모션 활동이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켓컬리에서 진행하는 취향 찾기 프로젝트가 있다. 마켓컬리는 2021년 12월부터 매월 1개의 식재료를 선정하고 관련된 콘텐츠가 담긴, 에피큐어(epicure·미식가, 식도락가)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신선식품을 다루는 달에는 품종이나 재배 방식에 대한 소개, 차이점 등을 설명하며 소비자들이 식재료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식재료는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비교해가며 취향을 저격하는 것을 골라야 하는데, 오감 작동이 어려운 온라인 환경에서는 쉽지 않다. 마트 내 시식 코너처럼 조금씩 맛보고 취향에 맞는지를 판단할 수 없기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켓컬리는 주로 화장품 기업이 사용하던 샘플러 기법을 신선식품 영역에 적용했다. 2022년 11월 사과 샘플러를 시작으로 12월에는 치즈 샘플러, 2023년 1월 딸기 그리고 3월 식빵 샘플러를 출시했다. 사과의 경우 한 박스에 부사, 홍로, 엔비, 황옥, 감홍 등 서로 다른 9개의 품종을 담았다. 이러한 샘플러 기법은 수익을 직접적으로 내기보다는 각 품종을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비자 취향이 산업 경쟁력 강화

마켓컬리 사과 샘플러.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 왜 중요할까?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교수에 따르면 까다로운 소비자의 존재는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특정 품종 1~2개만 판매되는 시장에서의 소비자는 기본 품질만 만족하면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이러한 선호에 맞춰 유통 기업이나 생산자는 가격경쟁력이 있는 품종 또는 재배 방식을 선택할 것이다.

소비자의 취향이 명확하고 품목이 다양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품종 또는 재배 방식을 선택해 생산하거나 유통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해당 산업이 더욱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더 다채로워진 슈퍼마켓 매대를 마주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나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식품을 찾고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호식품 #신선식품 #취향찾기 #여성동아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푸드비즈랩)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와 연구진이 농업에서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지, 가치 있는 음식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며 식품의 수확부터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를 짚어준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동민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