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 저격’ 식품은 무엇인가요?
취향을 드러내는 기호식품 & 신선식품
신선식품인 사과는 머릿속에 뚜렷하게 그려지는 커피나 라면에 비해 그 종류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매대 위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사과 재배면적의 67%는 1939년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인 후지(부사)가 차지했다.
최근에는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가장 기반이 되는 식재료 영역에서도 취향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과 필자가 공동 연구한 바에 따르면 신선식품 분야에서도 소비자들이 취향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식재료 유통 기업의 프로모션 활동이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켓컬리에서 진행하는 취향 찾기 프로젝트가 있다. 마켓컬리는 2021년 12월부터 매월 1개의 식재료를 선정하고 관련된 콘텐츠가 담긴, 에피큐어(epicure·미식가, 식도락가)라는 이름의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신선식품을 다루는 달에는 품종이나 재배 방식에 대한 소개, 차이점 등을 설명하며 소비자들이 식재료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식재료는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비교해가며 취향을 저격하는 것을 골라야 하는데, 오감 작동이 어려운 온라인 환경에서는 쉽지 않다. 마트 내 시식 코너처럼 조금씩 맛보고 취향에 맞는지를 판단할 수 없기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켓컬리는 주로 화장품 기업이 사용하던 샘플러 기법을 신선식품 영역에 적용했다. 2022년 11월 사과 샘플러를 시작으로 12월에는 치즈 샘플러, 2023년 1월 딸기 그리고 3월 식빵 샘플러를 출시했다. 사과의 경우 한 박스에 부사, 홍로, 엔비, 황옥, 감홍 등 서로 다른 9개의 품종을 담았다. 이러한 샘플러 기법은 수익을 직접적으로 내기보다는 각 품종을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비자 취향이 산업 경쟁력 강화
소비자의 취향이 명확하고 품목이 다양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품종 또는 재배 방식을 선택해 생산하거나 유통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해당 산업이 더욱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더 다채로워진 슈퍼마켓 매대를 마주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나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식품을 찾고 맛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호식품 #신선식품 #취향찾기 #여성동아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푸드비즈랩)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와 연구진이 농업에서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지, 가치 있는 음식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놀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며 식품의 수확부터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를 짚어준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동민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