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군사작전' 대신 '전쟁' 언급한 푸틴…러 내부 단결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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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전 14개월여 만에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 대신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전쟁'을 사용하면 처벌할 정도로 '특별군사작전'을 고집하던 푸틴 대통령이 직접 전쟁을 언급한 데는 이번 전쟁을 '파시즘'과 '나치즘'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러시아의 투쟁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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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올바른 편에 섰다는 이미지 국민에게 과시"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전 14개월여 만에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용어 대신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전쟁'을 사용하면 처벌할 정도로 '특별군사작전'을 고집하던 푸틴 대통령이 직접 전쟁을 언급한 데는 이번 전쟁을 '파시즘'과 '나치즘'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러시아의 투쟁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개최된 제78주년 전승절 기념식 연설에서 "우리 조국을 상대로 실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국민은 친서방 세력의 쿠데타와 범죄를 저지르는 정권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서방의 잔인하고 이기적인 계획을 이행하는 협상 카드가 됐다"고 덧붙였다.
또 푸틴 대통령은 "서방 엘리트가 러시아 혐오(Russophobia)와 공격적인 민족주의를 퍼뜨리고 있다"며 "러시아 국민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애국적인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월9일 전승절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4년 만에 나치 독일에게서 승리를 거둔 날로, 러시아 최대 국경일 중 하나다. 러시아는 대대적으로 전승절을 기념해 왔지만, 이날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이 1분 줄어들고 군용 차량이 50대만 동원되는 등 행사가 대폭 축소됐다.
로이터통신은 "전승절은 푸틴에게는 러시아가 파시즘을 물리치는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는 승자이자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 기념식을 서방을 비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허구의 주장을 퍼뜨리는 플랫폼으로 사용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자신이 선택한 전쟁을 소련의 생존을 위한 투쟁과 동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현재 서방 세력을 자신과 러시아를 공격하는 세력으로 묶어 러시아 내부의 단결을 모색하려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NYT는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치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러시아 민족에 대한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고 주장해 왔다"며 "(이런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해 온) 그의 수사는 나치즘에 대한 거대한 싸움과 직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명분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내세워 왔는데, 이번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나치를 몰아내는 것을 넘어 서방 세력을 나치로 규정하고 나치와의 직접적인 '전쟁'을 선포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전쟁을 언급한 것이 불리해진 전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추가 동원령을 내리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투쟁을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 비유했다.
그는 지난 8일 "현대 러시아가 되살리고 있는 모든 오래된 악은 나치즘이 패배한 것처럼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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