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16명의 관중, 10만명의 동시 접속…우리는 그들의 역사를 지켜봤다[광주 리포트]

나유리 2023. 5. 1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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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자 압박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팀의 핵심 투수로 성장해갔고,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경기 후에 만난 양현종은 "나는 상대 투수가 아닌, 상대 타자와 싸운다. 상대 투수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심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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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사진=KIA 타이거즈
김광현. 연합뉴스

[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자 압박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팬들에게는 모처럼 스토리가 있는 빅매치였다. 큰 볼거리였다.

9일 광주 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1위팀인 SSG와 최근 상승세인 KIA의 맞대결이지만, 하루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는 선발 매치업에 쏠려있었다. 바로 양현종과 김광현의 선발 대결이다.

둘 다 팀을 상징하는 선수들이다. 198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07년 프로에 입단했다. 양현종은 그해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 신인으로, 김광현은 지역 연고 1차 지명으로 시작했다. 고교 시절부터 30대 중반을 넘어선 지금까지의 행보도 닮아갔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팀의 핵심 투수로 성장해갔고,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국가대표로도,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활약해온 선수들이다. 아직 은퇴는 먼 일 같은 두 사람이지만, 아마 유니폼을 벗게 되면 구단의 영구 결번은 정해놓은 수순이나 마찬가지다.

경기 결과는 양현종, 그러니까 KIA의 승리였다. 양현종이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KIA가 3대0으로 이겼다. 김광현은 6이닝 3실점으로 준수한 투구를 했지만 타선의 침묵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경기 후에 만난 양현종은 "나는 상대 투수가 아닌, 상대 타자와 싸운다. 상대 투수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심 부담이 적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양현종은 "아마 앞으로 다시 맞대결을 하기 어려울텐데, 맞대결 안하고 싶다. 광현이도 이기고 나도 이겼으면 좋겠다.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이라고 이야기 하시지만, 이제는 우리도 나이를 먹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입장이다. 친구이자 야구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 했다.

김광현 역시 느끼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둘 다 마찬가지다. 단순히 내가 이기고, 네가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올해 만 35세로 팀내 최고참급 투수다. 자칫 자신이 무너지게 되면 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위치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두 사람은 팬들에게 모처럼 스토리가 있는 경기를 선물했다. 촉망받는 신인으로 시작해 성장 과정을 거쳤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다시 팀에 돌아왔고, 야구 인생 2막을 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온 팬들에게 두 사람이 번갈아 한 마운드에 서는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자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는 사실은 잊지 않아야 한다.

이날 광주 경기는 평일인 화요일 야간에 열렸지만 9000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찾았다. 응원석 주위 좌석들은 가득 차 있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중계 영상에도 동시 접속 인원이 최대 10만명에 육박할만큼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만큼 팬들은, 또 KBO리그는 '에이스'들이 써내려가는 역사를 지켜보고싶어 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양현종과 김광현의 뒤를 이을 상징적인 '에이스'의 탄생에 굶주려 있다. '후계자'로 불리는 투수들이 두사람만큼의 스토리를 쓰면서 성장해주길 기다리는 이유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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