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인권변호사 5·18 광주인권상 수상에 중국·홍콩 반발
중국 "수상 취소하라"…홍콩 "불법행위 노골적 미화" 주장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홍콩 인권변호사 초우항텅(38)이 올해 한국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중국과 홍콩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34주년을 앞두고 당국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초우항텅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반발한 것이다.
초우항텅은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를 홍콩에서 30여년간 개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의 부주석이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국가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 대변인은 전날 밤 초우항텅의 수상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이 매체의 질의에 불법 행위를 노골적으로 미화하려는 의도라고 답했다.
국가안전처 대변인은 SCMP에 "우리는 불법 행위를 노골적으로 미화하거나 홍콩의 내정에 간섭하고자 외세가 취하는 어떠한 조치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콩은 법이 준수돼야 하고 범법자는 책임을 져야 하는, 법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곳"이라며 "누구도 법 위에 없으며 모든 법 집행은 증거에 근거하며 법률에 따라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중국 정부가 초우항텅의 수상자 취소를 요구했다.
5·18 기념재단에 따르면 장청강 중국 광주 총영사 등 총영사관 관계자 3명은 8일 광주 서구 5·18 기념재단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홍콩은 엄연한 중국 영토이고, 수상자로 선정된 인물은 폭력 시위로 인해 구금된 사람"이라며 광주인권상 수상자 선정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만약 예정대로 시상할 경우 광주와 5·18 기념재단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중국인이 불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 기념재단 측은 수상자 선정을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광주인권상은 인간의 기본권과 관련해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가에게 주는 상"이라며 "심사위가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쳐 수상자를 결정한 만큼 철회하거나 변경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30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 홍콩 빅토리아파크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해온 단체다.
그러나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압박하자 2021년 9월 자신 해산했다.
초우항텅은 2020년과 2021년 당국이 불허한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에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징역 22개월을 선고받았으며, 지련회의 다른 간부들과 함께 홍콩 국가보안법상 국가권력 전복 혐의로도 기소됐다.
중국이 제정해 2020년 6월 30일 시행한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권력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초우항텅은 법정에서 스스로를 변호하며 구속·기소 후에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콩 국가안전처는 지련회가 미국 등이 지원하는 해외 단체들로부터 자금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지련회가 톈안먼 사건과 관련해 일련의 활동을 하며 소위 '민주주의 중국'을 건설하고 중국 공산당을 전복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초우항텅은 체포되기 직전인 2021년 5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은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매우 암울하다. 범민주진영 저명한 인사들은 대부분 체포되고 수감됐다. 여러 사람이 매우 두려워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망명하거나 홍콩을 떠났다. 정권의 백색테러 같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의 두려움에 관해 묻자 "많은 친구들이 이미 수감됐다. 친구들이 감옥에 있으니 감옥이 그렇게 두렵지 않다. 독재정권 아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면 (체포나 수감은) 각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내 인생 계획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다"고 당차게 답했다.
그는 그로부터 며칠 후인 6·4 톈안먼 시위 32주년 기념일 아침에 체포됐다.
1989년 6월 4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명을 무력으로 진압했고, 수백∼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다.
중국 영토 중 유일하게 홍콩에서는 2019년까지 공개적으로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기념하고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집회가 열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대표적인 상징이 됐지만, 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에서도 추모 집회는 사라졌다.
홍콩 경찰은 지난 5일에는 홍콩대에 보관돼 있던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조각상인 '수치의 기둥'을 '국가정권 전복 사건의 증거물'이라며 압수했다.
한편, 미국의 초당적 협력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소속 의원들은 초우항텅 등 홍콩 인권 옹호자 6명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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