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강점이 약점이 된 순간..참을 수 없는 가벼움 [Oh!쎈 초점]
[OSEN=유수연 기자] '단순한 재미'로 시청자들을 홀리며 시청률 상승가도를 타고 있던 JTBC ‘닥터 차정숙’이 위기를 맞았다.
‘닥터 차정숙’은 30년 차 전업 주부였던 차정숙(엄정화 분)이 1년 차 레지던트로 합격하며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극 중 차정숙은 ‘고령 취업자’로 병원 내에서 은근한 무시와 소외를 당한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자신의 능력과 용기로 인생의 제 2막을 연 정숙의 모습은 흔히 '경단녀(경력단절여성)'라고 불리우는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실제로 ‘닥터 차정숙’으로 6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엄정화는 제작발표회 당시 “어떤면에선 제 인생의 시점과도 닮아있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정숙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이처럼 ‘현실 공감’을 자연스레 불러일으키는 설정도 작품의 매력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매력은 “재밌다”는 점이다. 극중 대부분의 위기는 빠른 속도로 해소되며 이야기 전개에 있어 답답함을 없앤다.
‘닥터 차정숙’표 ‘사이다 전개’의 매력은 지난 8회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이날 최승희(명세빈 분)의 딸 최은서(소이린 분)는 서이랑(이시연 분)에게 “사실은 너희 아빠가 우리 아빠다. 그동안 몰랐으면 이제라도 알았음 해서"라 폭로해 현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미술학원에서 최은서를 마주친 서이랑은 “우리 엄마는 레지던트지만 너희 엄마는 교수다. 우리 엄마는 피해자, 너희 엄마는 불륜녀”라며 “우리 아빠가 너네 아빠라며. 근데 너 괜찮겠냐. 엄마는 불륜녀, 아빠도 불륜남. 너는 불륜 커플의 딸"이라며 쏘아붙였다. 철 없는 고3 입시생으로 줄곧 엄마 차정숙의 속을 썩였던 딸 서이랑이 가족의 위기 앞에서 돌변한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안긴 것.
이와 함께 각 주요 캐릭터를 살리고 있는 명품 배우들도 ‘닥터 차정숙’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워킹맘의 모습과 내면을 완벽하게 그리고 있는 엄정화는 물론, 극중 유일하게 ‘사연없는 빌런’인 서인호를 맡고 있는 김병철의 호연은 그야말로 감탄이 나온다. 서인호는 무려 명세빈과 엄정화, 두명의 미녀를 홀린 매력적인 남성이면서도, 집에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다. 또한 품위 있지만 하찮은, 얄밉지만 정감가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악역’을 보는 스트레스를 더는 한편, 코믹 성장드라마로서의 중심을 잡는데 기여하고 있다.
명세빈과 민우혁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평도 나온다. 주로 청순-가련 캐릭터로 인상을 깊게 남겼던 명세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과 다른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고, ‘뮤지컬 배우’로 각인되어 있던 민우혁은 여심을 사로잡는 ‘연하 서브 남주'의 매력을 톡톡히 살리며 뭇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불륜’이라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위 ‘막장 드라마’ 요소를 다루고 있다는 점과, 병원 속에서 펼쳐지는 ‘의학 드라마’를 극 중 주요 배경을 두고 있음에도 다소 단순한 사건들이 배치돼 있는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지만, 경쾌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강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다만, 최근에는 강점으로 꼽히던 '가벼움'이 치명적인 단점이 되어 되려 드라마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일 방송된 7회에서는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항문 복원 수술 실패 후 삶을 비관해 유서를 쓰고 옥상에 올라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해당 방송에서는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예비 장인·장모가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수 있냐”, “이 병, 유전도 된다면서. 이 결혼 자네가 포기해줘”라고 원망하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환자복을 들추며 아픈 몸을 비난하는 장면도 그려졌다. 아무리 '가볍게 볼 수 있는 의학 드라마'라지만, 크론병을 ‘못된 병’이라고 표현하고, ‘유전도 된다면서’라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서는 안됐다. 시청자들은 방송통심위원회와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성 글을 남기는 등 거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16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는 ‘닥터 차정숙’은 이제 극중 중반을 지나고 있다. 남편 인호의 오래된 불륜을 알게된 정숙이 아내로서, 여자로서, 의사로서, 어떤 성장기를 보여줄 지, 아직 '차정숙'이 시청자에게 보여줄 이야기와 매력은 남아있다. 코믹 성장 드라마와 메디컬 장르의 간극을 극복하고 끝까지 긍정적인 화제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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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닥터 차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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