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너무 좋아서 문제” 그 투수 맞아?…ERA 5.65 몰락, 믿는 에이스에 발등 찍히다
[OSEN=수원, 이후광 기자]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그리고 개막전까지 엄청난 구위를 뽐냈던 KT 에이스 웨스 벤자민이 부진을 거듭하며 팀의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벤자민은 지난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와의 시즌 4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5피안타 4볼넷 5탈삼진 5실점(3자책) 난조로 시즌 3패(3승)째를 당했다. 4회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는데 투구수가 99개였다.
1회부터 극심한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선두 손아섭의 내야안타와 도루로 처한 무사 2루서 박민우를 1루수 땅볼,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고 쉽게 이닝을 끝내는 듯 했지만 제이슨 마틴과 권희동에 연속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를 자초했다. 박세혁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막고 간신히 이닝을 끝낸 그의 1회 투구수는 36개에 달했다.
2회도 힘겨웠다. 1사 후 오영수를 풀카운트 끝 볼넷, 김주원을 우전안타로 내보낸 상황. 손아섭 삼진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박민우에게 1타점 선제 적시타를 맞았고,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3루수 강민성의 2루 송구 실책이 나오며 2사 2, 3루에 처했다. 이후 박건우를 만나 10구 끝 3루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다시 3루수 강민성이 포구 실책을 범하며 누상에 있떤 김주원, 박민우가 모두 홈을 밟았다.
1-3으로 뒤진 3회 일시적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선두 권희동의 볼넷과 박세혁의 희생번트로 처한 1사 2루서 서호철, 오영수를 연달아 루킹 삼진 처리한 것. 그리고 난공불락의 에릭 페디(NC)를 만난 타선이 2회 강백호의 솔로홈런과 3회 앤서니 알포드의 2점홈런으로 3-3 균형을 맞췄다. 페디는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0.47과 함께 피홈런 ‘제로’였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3-3으로 맞선 4회 1사 후 손아섭의 2루타로 처한 득점권 위기서 박민우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헌납했다.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3-4로 뒤진 4회 1사 2루서 조이현과 교체되며 경기를 조기에 마쳤고, 조이현이 후속 박건우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 승계주자가 홈을 밟았다. 평균자책점이 종전 5.40에서 5.65로 치솟은 순간이었다. 에이스가 조기에 무너진 꼴찌 KT는 NC에 4-16 대패를 당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지난 시즌 도중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선수로 KT맨이 된 벤자민은 총액 130만 달러(약 17억 원) 재계약과 함께 2023시즌 KT 에이스 중책을 맡았다.
벤자민은 미국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구위를 뽐내며 2년차 전망을 밝혔다. 시즌 초반만 해도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은 스프링캠프 때 공이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첫 라이브피칭에서 작년에 못 던지던 149km가 나왔다. 내가 봐도 공이 정말 좋다”라고 감탄했다.
벤자민은 4월 1일 LG와의 개막전 6이닝 1실점(비자책) 승리로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8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6이닝 3실점으로 2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활약은 여기까지였다. 14일 수원 한화전 4이닝 3실점을 시작으로 20일 수원 SSG전(6이닝 6실점), 26일 고척 키움전(5⅓이닝 5실점)에서 잇따라 흔들렸다. 5월 2일 인천 SSG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챙기기도 했지만 이는 일시적 반등이었다.
KT의 최근 15경기 1승 1무 13패 부진에는 벤자민의 지분이 제법 있다. 과거 쿠에바스, 고영표, 소형준처럼 연패 스토퍼가 되지 못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투구를 거듭했다. 5월 2일 SSG전에서 9연패를 끊어낸 게 전부다. 그 때도 표면적 기록은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였지만 6피안타에 홈런 한 방을 허용했다. 에이스의 향기가 나는 투구는 아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하위 로테이션의 투수가 부진하면 납득이 되지만 에이스가 평균자책점 5점대 난조를 보이면 팀의 근간이 흔들린다. 벤자민을 향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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