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비 공동참배' 계기로 돌아본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피해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한일 정상이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현지에 있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를 참배하기로 발표하면서 새삼 원자폭탄 피해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원폭이 실전에 사용된 것은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 공격을 한 것이 인류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1945년 8월 6일 8시 15분에서 막 16분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히로시마 상공 570m에서 인류 최초의 실전용 원자폭탄이 폭발했다.
히로시마는 일본에서 8번째로 인구가 많은 산업도시이자 통신 중심지였고,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1944년 2월 당시 인구가 35만명에 달했다.
우라늄 235 기반 포신형 원자폭탄 '리틀보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측정된 폭발력은 일반적으로 TNT 15kt으로 알려져 있다. 눈 깜짝할 사이 엄청난 섬광과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 지점 인근 온도가 4천도에 육박했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그냥 녹아내렸다.
이어 엄청난 열풍이 주변을 휩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사능을 가득 품은 검은 비가 쏟아졌다.
원폭 후 히로시마 중심가 7km 지역 내 모든 것들이 폐허로 변했다. 히로시마에서만 14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군인이 2만여 명, 민간인 희생자 가운데 한국인 3만여 명도 있었다. 강제로 끌려와 노동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히로시마 원폭 공격에도 일본 제국주의가 항복하지 않자 3일 후 미국은 나가사키에 한 발 더 투하했다.
1945년 8월 9일 11시 2분 나가사키에서 두 번째 원자폭탄 '팻맨'이 폭발했다. 4만에서 7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한순간 사망했다.
플루토늄 폭탄 팻맨의 위력은 21kt로 히로시마에 터진 우라늄 재질의 리틀보이보다 컸는데, 피해는 히로시마에 비해 적었다. 평야 지대인 히로시마와 달리 나가사키는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고 산지 지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자폭탄의 위력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했다. 그 위력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가히 가공할만한 것이었다. 일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항복했다.
원폭의 위력으로 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인류는 그 위력에 압도됐다. 원자탄의 개발은 2차 대전 이후 세계를 누가 제패하고 끌고 가는지를 결정하는 중대 변수였다.
핵무기의 위력을 확인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싶어 했다.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어느 나라도 파멸을 각오하지 않고는 핵무기로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의미한다.
핵무기가 갖는 공포의 균형은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자칫 모두 공멸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1·2차 세계대전 같은 대규모 전쟁은 현재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20세기 전반 세계적인 대규모 전쟁에 의한 사망자가 약 1억 명에 이른 데 비해 핵 시대가 도래한 20세기 후반의 전사자는 2천만 명에 불과(?)했다는 통계도 있다.
일본의 현지 동포사회에서는 한일 정상의 공동 참배 계획을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히로시마 동포사회)가 기원하고 기원했던 일이기 때문에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은 지금까지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한 적이 없다. 현직 일본 총리로서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1937∼2000)가 1999년에 참배했다.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는 1970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밖에 세워졌다가 1999년 공원 안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선 매년 8월 5일 한국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열린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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