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써도 ‘쌍따봉’… 칭찬은 초등학생도 詩 쓰게 만든다[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정철순 기자 2023. 5. 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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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충 썼는데/ 선생님이/ 쌍따봉을 해줬다.

시 쓰기 싫은 초등학생의 고역이 엿보이는 18자의 이 시도 경북 칠곡군 장곡초등학교 2학년 1반에선 시집으로 만들어진다.

장곡초등학교 2학년 1반 김현희(40) 담임교사는 2018년 아이들의 시를 지도하며 '학교 탈출', '세상에 없는 시는 없다','포켓몬빵' 등 7권의 어린이 합동시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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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경북 칠곡 장곡초 김현희 교사
2018년부터 詩 지도하며
아이들 합동시집 7권 펴내
“경험 소재로 마음 일깨우기
무조건 잘 썼다고 칭찬하면
다음엔 더 잘 쓰려고 애쓰죠”
“아이들의 시를 만날 때마다
마음 따뜻하고 감동 전해져”
경북 칠곡군 장곡초등학교 2학년 1반 교실에서 학생들이 모둠별로 대표 시를 낭송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그냥 대충 썼는데/ 선생님이/ 쌍따봉을 해줬다. (쌍따봉, 안지율)

시 쓰기 싫은 초등학생의 고역이 엿보이는 18자의 이 시도 경북 칠곡군 장곡초등학교 2학년 1반에선 시집으로 만들어진다. 장곡초등학교 2학년 1반 김현희(40) 담임교사는 2018년 아이들의 시를 지도하며 ‘학교 탈출’, ‘세상에 없는 시는 없다’,‘포켓몬빵’ 등 7권의 어린이 합동시집을 냈다.

장곡초 2학년 1반 학생들과 김현희 교사가 펴낸 시집 ‘포켓몬빵’.

김 교사는 학생들이 시 쓰기 수업을 ‘따분한 시간’으로 여기는 것을 알고 있다. 어린 학생들은 시 쓰기에 어려움도 크다. 김 교사는 “처음 우리 아이들에게 시 쓰라고 하면 거의 본능적으로 짜고 맞추고 꾸미려 한다”며 “어디서 본듯하게 말재주를 부려 놓거나 어른이 쓴 동시에 말만 맞추어 갖다 붙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그는 일상에서 경험을 시의 소재로 활용한다. 김 교사는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시가 진짜 살아있는 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삶을 강조한다”며 “학교에서의 특별한 경험이나 사건은 무조건 ‘그걸로 시 써 온나’라고 하는데, 가령 학생들끼리 다툼이 일어나면 마무리는 ‘이걸로 시 써온나’이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사는 시 쓰기에서 ‘마음 일깨우기’를 강조하며 “시를 쓸 수 있는 마음 바탕이 안 되어 있는데 억지로 시 쓰라고 하면 저처럼 ‘시는 재미없다. 따분하다’라고 생각하는 어른으로 자라게 될지 모르니 시 마음 일깨우기는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 쓰기에 지칠 수 있는 학생들을 달래는 김 교사의 비법은 ‘칭찬’이다. 그는 “학생들이 시를 써오면 무조건 ‘잘 썼다고 칭찬해준다”며 “학생 본인은 대충 썼음에도 교사가 칭찬해주면 다음에 잘 쓰려고 애쓰게 되고 마음의 울림이 일어나도록 폭풍 칭찬을 해준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의 시 쓰기 지도 방법으로 ‘좋은 시 읽기’를 권하며 “어른들이 쓴 동시집도 좋지만 또래 어린이들이 쓴 시를 많이 읽으면 ‘시는 쉽구나, 어렵지 않네, 나도 쓸 수 있겠는걸’ 하는 마음의 동기가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시 쓰기의 장점을 설명하며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 주길 바랄 때가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 순간 시를 쓴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아이들의 시를 만날 때마다 마음 따뜻함을 느끼고 재미와 감동도 전해진다”며 “시가 주는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문학을 즐길 줄 아는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가 처음부터 시 쓰기나 아이들의 시 쓰기 지도에 흥미를 느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아이들의 시 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8년에 약목초등학교에서 교사이자 작가로 활동했던 홍기 교사로부터 학생들의 시 쓰기 지도를 제안받은 후부터다. 그 전까지 그는 학생들의 시 지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김 교사는 “시에 대해 잘 모르고 즐기지 않았다”며 “모르는 것이 학생들에게 뽀록 날까 봐 연간행사로 몇 번씩 시행되는 각종 문예대회에서도 ‘시 써봐’라고 하고는 원고지 몇 장 던져 주기만 했지 쓰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사는 홍 교사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학생들의 시 쓰기 지도를 시작했고, 그 인연은 6년간 이어지고 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쓴 시 가운데 몇 편씩을 골라 출판사로 보내고, 시집 제목은 투표를 통해 정한다. 올해 발간된 시집 제목은 아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포켓몬빵’이었다. 표지 그림과 시화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함께 그린다. 시집은 500부 정도 발간하는데, 출판비용은 경상북도교육청의 시울림학교 공모사업비 지원을 받아 마련했다. 김 교사는 “시집 한 권 읽어본 적 없는 2학년 어린이들의 시 쓰기 지도가 결코 쉽지 않았다”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시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행복함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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