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인가족 희생 총기난사 ‘아시아인 혐오 범죄’ 추정

8일 텍사스 아웃렛 총기 난사 사건 현장 근처에 마련된 추모 공간 방문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앨런/AFP 연합뉴스

지난 6일 텍사스주에서 한인 가족 3명 등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난사 사건 배경에 아시아인 혐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사회가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는 두 문제인 총기와 반이민 정서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댈러스 인근 앨런의 아웃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수사하는 현지 경찰은 8일 총격범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의 범행 배경에 백인 우월주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가르시아의 소셜미디어 계정 글을 보면, 아시아인과 흑인들을 욕하고 히틀러를 찬양하는 글이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타 인종과의 전쟁을 주장할 때 쓰는 말인 “숭고한 전쟁”을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범행 때 입은 재킷에도 ‘우익 암살단’을 뜻하는 ‘RWDS’라는 글자가 붙어 있음이 확인된다.

결국, 가르시아의 총에 목숨을 잃은 한인 조규성(38)·강신영(36)씨 부부와 3살 아들은 인종 혐오 범죄에 희생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사망자들 중에는 인도 출신 엔지니어, 경비원, 초등학교 2·4학년 자매도 있다. 이 자매의 어머니도 총격으로 중태에 빠졌다.

변호사인 조씨와 치과 의사인 강씨 부부는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아는 지인들은 부부가 며칠 전 6살 아들이 생일 선물로 받은 옷을 다른 사이즈로 바꾸러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부부의 장례비 등을 마련하려고 후원금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올린 글에서 “빛과 사랑, 축복으로 가득해야 할 그날 오후가 8명의 희생자를 남긴 총기 난사 학살로 한순간에 끝나버렸다”고 적었다. ‘고펀드미’ 모금액은 이날 현재 100만달러(약 13억2천만원)를 넘겼다.

이 부부의 6살짜리 아들은 중환자실에서 나와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목격자는 쓰러진 여성의 몸을 돌리니 남자아이가 나오며 “엄마가 다쳤어요”라고 말했다고 <시엔엔>(CNN)에 밝혔다. 강씨가 큰아들을 몸으로 감싸 목숨을 살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총격범 가르시아는 2008년 육군에 입대했으나 정신적 문제로 3개월 만에 퇴역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엔엔>은 이런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총기 사용 교육을 받고 3곳 이상의 보안회사 직원으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가르시아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선 범행 장소의 가장 붐비는 시간대를 검색한 ‘구글 맵스’ 사진도 발견됐다.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음을 알 수 있다. 가르시아는 범행 현장에서 총기 2정을 가지고 있었고, 주차장에 세운 차량에서 추가로 5정이 발견됐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올해 들어 201번째 총기 사건을 목격했다”며 “올해 총기 사고로 1만4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