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피터팬·상처입은 후크선장… 고민·성찰 통해 성장하다

이정우 기자 2023. 5. 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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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래 나쁜 어른을 무찌르는 아이들의 영웅으로 군림해 왔다.

피터팬이 신나는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디즈니+에 공개된 실사 영화 '피터팬&웬디'(연출 데이빗 로워리)는 여기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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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 ‘피터팬&웬디’

‘피터팬’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이래 나쁜 어른을 무찌르는 아이들의 영웅으로 군림해 왔다. 피터팬이 신나는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디즈니+에 공개된 실사 영화 ‘피터팬&웬디’(연출 데이빗 로워리)는 여기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나쁜 걸까?”

영화는 우리가 아는 피터팬 이야기대로다. 피터팬은 잃어버린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 웬디의 집으로 오고, 웬디와 남동생 둘은 피터팬과 함께 ‘꿈과 희망의 나라’ 네버랜드로 떠난다. 그곳에서 후크 선장을 만나 위기를 겪지만, 이들은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영화는 일반적인 디즈니 실사 영화와 많이 다르다. 우선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피터팬은 고집불통에 가깝게 그려진다. “여긴 네버랜드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지”란 대사는 변화를 거부하는 피터팬의 편협함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후크 선장은 재평가된다. 후크는 어릴 적 피터팬과 ‘절친’ 사이였지만, 피터팬은 집과 엄마를 그리워하는 그를 멀리한다. 친구에게 버림받아 어른이 됐다는 설정은 후크로부터 연민을 자아내게끔 한다. 두 남자의 유치한 결투 속 이야기를 주도하는 건 소녀 웬디이다. 아이와 어른 사이 갈림길에 선 웬디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며 성장한다. 집으로 돌아온 웬디는 피터팬에게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최고의 모험일지도 몰라.”

영화가 보통의 디즈니 실사 영화들과 결이 다른 이유는 로워리 감독의 존재감 때문일 것. 그의 전작‘고스트 스토리’ ‘그린 나이트’는 특유의 영상미와 시적 내러티브로 특히 평론에서 극찬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도 카메라가 한 바퀴 돌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감독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다만 신나는 활극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보통의 디즈니 캐릭터들이 모험과 체험을 통해 성장한다면,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고민과 성찰을 통해 성장한다. 이 때문에 모험담이 가진 활력이 크지 않다. 거꾸로 떠 있는 후크 선장의 배나 거꾸로 뜬 무지개처럼 예쁘고 산뜻한 시각 묘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어둡고 차분하다.

영화는 올해 디즈니가 준비 중인 애니메이션 기반 실사 영화의 선봉장 격이다. 24일엔 흑인 배우 핼리 베일리가 인어공주를 맡아 화제인 ‘인어공주’가 개봉한다. ‘인어공주’처럼 영화 ‘피터팬&웬디’ 역시 디즈니가 지향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주의)’이 캐스팅 단계부터 관철됐다. 팅커벨 역은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가 맡았고, 피터팬 역의 알렉산더 몰로니도 유색 인종에 가깝다. 네버랜드에 사는 아이들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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