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스타일 아니라 성폭행 없었다”던 트럼프, 재판서 궁지 몰린 사진 한장
도널드 트럼프(76)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이 소송에는 자신도 트럼프에게 성추행당했다는 여성들이 증인으로 등장했다.
9일(현지시각)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소송에서 배심원단 9명은 트럼프가 유명 칼럼니스트 진 캐럴(79)에게 500만 달러(약 66억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트럼프의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캐럴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또 캐럴에 대한 명예훼손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캐럴은 뉴욕 맨해튼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서 우연히 트럼프를 만났고, 그가 속옷 선물 고르는 것을 도와주던 중 탈의실에서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기는 1995년 또는 1996년으로 정확히 특정하지는 못했다. 캐럴은 당시에는 트럼프가 자신의 부를 이용해 보복할까 봐 비밀에 부쳤으나 ‘미투(Me Too)’ 운동이 시작되면서 침묵을 깼다고 했다.
트럼프 측은 전 엘르 매거진 칼럼니스트인 캐럴이 2019년 자신의 회고록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거짓 주장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캐럴이 민주당원인 점을 문제 삼아 배후에 반(反)트럼프 진영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 “그 여자 내 스타일 아니다” 던 트럼프, 과거 사진 보자
트럼프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채 동영상으로 무죄를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 여자와 만난 적도 없다”고 했지만, 1987년 한 행사장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찍힌 흑백 사진이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됐다. 여러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이었는데, 트럼프는 캐럴을 자신의 전 부인과 착각했다. 트럼프는 캐럴을 두고 “말라입니다”라고 했다. 말라는 트럼프의 두 번째 부인이다. 트럼프의 변호사가 “캐럴”이라고 정정하자 그는 “사진이 너무 흐릿해서”라며 얼버무렸다.
이전에 트럼프는 “그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성폭행할 수가 없다”고 했었다. 7년 가까이 함께 산 아내와 혼동할 정도로 비슷한 외모의 캐럴을 놓고 이런 취지의 증언을 하는 건 모순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나도 트럼프에게 당했다”
이 재판에서는 트럼프에게 수십 년 전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이들이 증인으로 나섰다. 전 피플지 기자 나타샤 스노이노프는 “트럼프가 2005년 플로리다의 한 클럽에서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지배인이 말릴 때까지 몇 분 동안 강제로 키스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인 제시카 리즈는 “트럼프가 1979년 비행기에서 나에게 키스하고 몸을 더듬으며 치마 위로 손을 올렸다”고 증언했다.
2005년 ‘액세스 할리우드’의 녹음 테이프에서 트럼프가 한 발언도 다시 주목받았다. 당시 트럼프는 “스타일 때는 여성에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거야”라고 말했다. 본인이 한 발언이 맞느냐는 물음에 트럼프는 “불행하지만 맞는 말이다. 크게 보아 맞다”고 답했다.
◇ 정치적 영향은 미지수
트럼프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역시 소셜미디어에 “난 그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불명예”라며 죄가 없다는 뜻을 고수했다.
미국의 정치 전문가는 이번 평결이 트럼프 핵심 지지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 사건은 민사소송이었기 때문에 트럼프가 구치소에 갇힐 가능성은 없다.
공화당 전략가 찰리 게로우는 로이터통신에 “반트럼프 성향의 유권자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친트럼프 성향의 핵심 유권자들 역시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평결의 부정적 영향은 온건 공화당원과 일부 여성들로만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 3월 전직 포르노 배우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한 혐의로 기소된 후 오히려 상승했었다.
다만 민주당 전략가 리스 스미스는 “이번 사건의 평결이 트럼프 지지층을 넘어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트럼프를 ‘비호감’으로 만들어 다른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게 만들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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