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재, 외적역량에서 내적역량으로의 전환
‘공감(共感)’의 사전적 정의는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공감 기제가 기업 인재에서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혁신기업에서도 ‘공감’은 주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포천 500대 기업의 혁신을 다룬 《공감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에서 보면, 공감할 줄 아는 기업은 고객을 훨씬 잘 이해해 그들의 니즈를 빠르고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기업들이 공감형 인재에 높은 점수를 주는 데는 미디어 환경 변화 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조직에 공감을 통한 소통 문화가 자리 잡으면 근속연수가 높아지고, 이직률이 낮아지는 효과도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공감이 실제 업무능력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하버드의대 헬렌 리스 교수 연구에 따르면, 공감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지 못한 관계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관계에서는 물론, 능력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감 능력은 혼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통해서는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며, 그에 따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공감은 단순히 다른 대상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감형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진 흐름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채용문화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국내에 AI 채용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마이다스아이티 계열사 마이다스인 ‘AI역량검사’는 약 600개의 기업에서 사용 중이며, 채용플랫폼 ‘잡플렉스(JOBFLEX)’는 약 1,200개사가 활용 중이다. 서울시가 만 15세부터 39세 청년에 무료로 제공하는 AI 역량검사 체험프로그램에도 활용된다.
확산되고 있는 AI 채용트렌드에서 구직자로부터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은 ‘소프트스킬’. 직무 수행에 필요한 구성원 개개인의 성격이나 특성에 대한 이해, 소통역량, 경청 등 타인과 상호작용을 잘 이끌어 내는 ‘공감 능력’이 핵심으로 부각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2018년 다보스포럼 ’인간 역량의 혁명‘ 세션 연사로 참석해, 인류의 미래 교육에 대한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20세기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되던 변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새롭게 생겨날 일에 요구되는 기술과 역량은 이전까지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단계이다. 그런 만큼 정서지능이나 정신적 회복탄력성 처럼 미래 일자리에 꼭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공감지능‘을 갖춘 기업 인재상의 변화는 20세기 외적 역량을 중시했던 사회에서, 21세기 내적 역량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지덕체(智德體)‘로 대표되는 서구 교육모델에서 강조한 ’지력 중심‘ 사회가 이제 내리막길에 있음을 보여주는 교육패러다임 전환점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적역량이란 무엇일까. 국제사회에서 아직 공통적으로 정리된 바는 없지만, 유엔공보국(UN-DPI) 비영리국제단체인 국제뇌교육협회가 유엔에 제출한 ‘인간의 내적역량 계발을 통한 휴머니티 회복’ 지속가능성 보고서에는 이렇게 제시되어 있다.
“원하는 변화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인간이 가진 다양한 능력 중에서 성공적 수행과 성과에 이르게 하는 내재적 특성으로 그러한 행동을 일으키는 동기, 태도, 가치관, 자아의식 등 개인의 행동적, 심리적 요인을 망라한다.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을 비롯해 정신적 회복탄력성, 인내와 용기, 자기주도성과 사명감, 영감과 통찰 등이 인간 내적역량에 포함된다.”
바야흐로 ‘내적역량’이 미래 인적자원계발의 핵심기제로 부상하는 시점이다.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브레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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