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산’ 가보니…빤한 명품 대신 젊은 작가 작품들로 채웠다

노형석 2023. 5. 1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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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의 열기는 식었지만,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한국의 주요 미술품장터(아트페어)로 지난 4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개막해 7일 막을 내린 12회 아트부산의 전시 현장은 국내 미술시장의 그늘과 희망을 단적으로 표출했다.

지금까지 국내 아트페어는 중심부에 국내외 일류화랑들의 스타급 작가 작품들을 잘 보이게 배치하고 둘레 변두리에는 작품수준이 현격히 떨어지는 중소화랑의 작품 부스들이 올망졸망 놓여있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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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145개 화랑 참여했지만
관객수·총매출 저조…발표 안 해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 차려진 ‘아트부산 2023’의 전시현장.

장터의 열기는 식었지만,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한국의 주요 미술품장터(아트페어)로 지난 4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개막해 7일 막을 내린 12회 아트부산의 전시 현장은 국내 미술시장의 그늘과 희망을 단적으로 표출했다. 지난해 관객 10만2천명에 총매출액 700억원을 넘어섰다고 주최 쪽이 밝혔던 11회의 성과에 비해 올해 페어는 눈에 띄게 맥이 빠졌다.

국내외 145개 화랑이 2만6400㎡(약 8천평) 넘는 역대 최대규모의 전시 공간에 부스를 차렸지만, 나흘간의 전반적인 거래 상황은 흥청거렸던 지난해와 판이하게 가라앉았다. 쇄도하는 인파나 오픈런도 없었다. 갤러리 현대와 국제갤러리, 타데우스로팍 등 국내외 메이저갤러리는 하종현, 이건용 등의 단색조회화·실험미술 대표작가의 대작들과 국외 인기작가들의 그림 등을 팔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상당수 화랑들은 중저가 작품들을 들고 와서 젊은층 고객들의 눈도장을 받으려는 전략을 펼쳤다. 전체적으로 미술시장의 거래 감소와 구매 위축세 흐름을 전반적으로 반영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폐막 뒤 주최 쪽이 총매출액 추산치는 물론 구체적인 입장객수조차 발표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장터에서 눈길을 받은 작가들 중 한명인 독일 작가 세실 렘퍼트의 인물화들 가운데 하나인 <리아>(2021).

특기할만한 건 장터의 변방 공간에 놓인 강소화랑, 중소화랑들이 내건 작품 구성의 신선한 변모였다. 지금까지 국내 아트페어는 중심부에 국내외 일류화랑들의 스타급 작가 작품들을 잘 보이게 배치하고 둘레 변두리에는 작품수준이 현격히 떨어지는 중소화랑의 작품 부스들이 올망졸망 놓여있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이런 모습들이 이번 페어에서는 사실상 사라지고 대안공간을 방불케하는 작품 구성이 나타났다. 20~30대 청년작가들의 실험적이고 밀도감 있는 풍경, 정물, 인물 구상회화들이 독일, 스페인에서 온 소장 화랑들의 낯선 현지 청년작가들의 작품들과 어울렸다. 장파, 감민경, 박선민 등 자기 색깔이 뚜렷한 개성파 작가들의 작품이 처음 장터 둘레의 공간을 차곡차곡 차지하면서 일반인들은 물론 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들러리 정도로만 치부되던 특별전을 중앙 복도 양옆에 무려 12개의 전시부스를 차린 대규모 특설 공간에 할애한 점도 눈에 들어왔다. 외국 대가부터 국내 젊은 문제작가들의 실험적 시도까지 한자리에 볼 수 있게 한 것은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의 특별전 언리미티드의 얼개를 보는듯한 느낌도 주었다.

이런 뜻밖의 변모는 글로벌 시장에 들어간 한국 미술시장에서 경기 변화에 따른 화랑들의 운영여건이 그만큼 절박해졌음을 보여준다. 이에 응전해 밀실 흥정 야합 등의 낡은 이미지를 벗고 적극적인 작가 발굴과 기획전 개념의 도입 등이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아트부산은 서구의 강소화랑을 한국에 소개하는 첫 소개무대이자 국내 강소화랑의 실력파 작품들을 소개하는 쪽으로 특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한국 화랑협회 주최의 공룡페어 키아프에 맞서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아트부산이 탄탄한 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는 이런 전략이 얼마나 일관되게 관철되면서 판매 측면의 성과로 나타날지에 달려있다.

부산/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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