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이어 성추행까지 인정돼…트럼프, 대선 가시밭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형사 기소에 이어 거의 30년 전 성폭력 의혹까지 사실상 인정되면서 그의 내년 대권 재도전이 가시밭길이 됐습니다.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던 성인 배우에게 거액을 지급하면서 회사 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된 지 한 달여 만에 이번에는 성폭력 혐의에 무게를 싣는 민사재판 평결이 내려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뉴욕시에서 진행됐습니다.
맨해튼 지방검찰청의 기소로 형사 재판을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유명 패션 칼럼니스트 출신 E.
진 캐럴(79)이 제기한 성폭행 의혹 관련 민사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했고,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모두 500만 달러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하는 평결을 내놨습니다.
문제의 사건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캐럴은 1995년 또는 1996년 봄 뉴욕시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굿맨에서 트럼프와 마주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설명합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캐럴은 이 백화점 출구에서 우연히 만난 트럼프가 농담을 주고받은 뒤 '여성인 친구의 선물을 고르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습니다.
캐럴은 법정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유명 인사인) 도널드 트럼프가 내게 선물 구매에 관한 조언을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여성용 속옷 매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에게 속옷을 입어보라고 명령조로 말했으나, 캐럴이 '당신이 대신 입으라'고 거절할 때까지만 해도 장난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탈의실 안으로 밀어 넣은 뒤 곧바로 문을 닫고 벽에 밀치면서 성폭력이 시작됐다고 캐럴은 밝혔습니다.
스타킹을 끌어 내리고 추행한 것은 물론 성폭행까지 이뤄졌다는 전언입니다.
캐럴은 무릎을 이용해 트럼프를 겨우 밀치고 도망쳤다면서 "그 사건 이후 난 다시는 로맨틱한 삶을 살 수 없었다"며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2019년 회고록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을 뒤늦게 폭로한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가리켜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조롱하면서 범행을 부인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성폭력 혐의 자체를 형사고소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신 뉴욕주가 지난해 11월부터 공소시효가 지난 성범죄 피해자에게 1년간 한시적으로 가해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허용하는 '성인 성범죄 피해자 보호법'을 시행한 덕분에 캐럴은 성범죄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캐럴의 주장을 "완전한 사기", "거짓말"로 일축하면서 '책을 많이 팔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는 식으로 묘사한 것도 명예훼손의 근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들은 캐럴의 주장이 성범죄 수사를 주로 다루는 미국의 유명 드라마 '로 앤 오더: SVU'의 2012년 에피소드를 보고 지어낸 이야기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해당 에피소드에는 한 여성이 버그도프굿맨 백화점 속옷 코너 탈의실에서 성폭행당하는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이에 맞서 캐럴의 친구 2명은 증인으로 출석해 문제의 '로 앤 오더' 에피소드가 방영되기 훨씬 전인 1990년대 중반 사건 발생 수 시간 후, 또는 며칠 후 캐럴로부터 성폭행 사실에 대해 전해 들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날 평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엄격한 형사재판을 통해 범죄 혐의가 인정된 것은 아닌 데다 트럼프의 성적 도덕성에 대한 지지층의 기대 수준이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재판을 계기로 트럼프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게 됐습니다.
NYT는 3월 말 맨해튼 대배심의 기소 결정이 오히려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배상 평결 자체가 어떤 영향을 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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