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Sell in May’, 5월에 외국인은 팔까
“5월에는 팔고 떠나라(Sell in May)” 매년 5월이 되면 주식 시장에서는 팔고 떠나라는 격언이 언급된다. 이 말은 미국 증시의 통계에서 비롯됐다. 1950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다우지수를 보면 5~10월에 부진했지만 11월부터 4월까지는 좋았다는 것이 입증된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5월부터는 주식 투자를 하지 말고 잠시 시장을 떠나 있다 11월쯤부터 주식 투자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5월 징크스는 있다. 대신증권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월의 유가증권시장 코스피지수 평균 등락률은 마이너스(–) 0.88%다. 이 기간 월별로 따져보면 연중 가장 상승률이 낮은 달이 5월이었다. 월별 증시 상승 확률로도 38.5%에 불과해 상승 확률이 가장 낮았다. 5월에는 팔고 떠나라는 격언이 국내 증시에서도 무시 못 할 격언인 셈이다.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은 어떨까. 2000년 이후 평균적으로 외국인들은 5월에 8000억원을 순매도했다. 5월은 12개월 중 가장 매도 규모가 큰 달이다. 2010년부터 따져 보면 5월 순매도 규모는 평균 1조7000억원으로 매도 규모가 늘어난다.
외국인들이 팔아서 코스피지수가 하락했는지, 아니면 코스피지수가 하락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팔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2000년부터 통계를 보면 5월에 코스피지수가 하락했던 경우 외국인들은 평균 1조60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5월에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시기에는 400억원을 순매도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이 지수가 하락할 때 더 많이 매도하고 지수가 상승하면 매도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이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런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이 올해도 비슷하게 이어진다면 올해 5월 외국인들이 ‘셀 인 메이’를 실행할지는 코스피지수의 움직임과 직결될 것이다.
아직 이달 코스피지수의 움직임과 외국인 수급에 대한 방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다. 일단 5월 9일까지의 수급을 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85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2500에서 2510까지 소폭 상승했다. 4월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종가는 2501.53이었고 5월 9일 종가는 2510.06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회복, 반도체 업황 저점 통과 기대감 등 긍정적인 요인에 기반한 외국인 순매수세 유입은 코스피지수 상승과 직결될 수 있다”라고 했다. 2분기부터 국내 주요 산업인 반도체의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 경기 회복 등의 혜택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어서 ‘셀 인 메이’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실제 반도체 분야의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하면서 메모리반도체 감산을 공식 발표했고 이 영향으로 초과 생산과 재고 누적에 따른 업황 악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D램 가격이 초과 재고 부담 때문에 급락했지만 2분기부터 감산을 통해 공급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낮아지고 가격 하락 폭도 축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국 경기가 얼마나 회복될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지난 4일 신화망(新華網)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4월 차이신(財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5를 기록해 전월 50.0보다 0.5 포인트 하락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확장, 50을 하회할 때는 경기축소를 의미한다. 중국 제조업 PMI가 5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1월(49.2) 이후 3개월 만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4월 PMI 지표 결과를 놓고 리오프닝의 효과가 다 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2500선을 오르내리는 국내 증시가 아예 팔고 떠나라는 말을 듣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큰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 경제 지표와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살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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