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日에 한판승...캐나다 데구치, 4년 만에 두 번째 유도 세계챔피언
2019 도쿄대회 때 캐나다에 사상 첫 금메달 안겼던 유망주
도쿄 올림픽 출전 못한뒤 재기...압도적 기량 선보여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28)가 4년 만에 세계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카타르 도하의 알리 빈 하마드 알 아티야 아레나에서 9일(현지시각) 열린 유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7kg급 결승. 데구치(세계 랭킹 2위)는 작년 대회 준우승자인 일본의 후나쿠보 하루카(25·세계랭킹 4위)에 한판승을 거뒀다. 4분 경기 시작 49초 만에 안다리 후리기로 절반 득점을 하더니, 채 1분이 지나지 않은 1분40초에 호쾌한 다리 대돌리기 기술로 후나쿠보를 매트에 완전히 눕혔다.
1라운드를 부전승으로 통과한 데구치는 결승까지 5판을 모두 한판(2경기) 혹은 절반 기술 2개(3경기)를 묶어 끝냈다. 연장 승부는 한 번도 없었으며, 경기당 평균 2분27초만에 이기는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데구치는 2019년 도쿄 대회 이후 4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세계선수권자가 됐는데도 환호하거나 크게 웃지 않았다. 코치의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도 얼굴에 옅은 미소만 띄웠을 뿐 담담한 표정이었다. 데구치는 “어느 누구보다 자신을 믿는다면,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대회 연속 2위를 한 후나쿠보는 자국 언론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데구치(出口)는 캐나다 출신의 영어 강사였던 아버지(토마스 테일러)와 일본인 어머니(데구치 유키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쪽 성(姓)을 받았다. 일본 나가노현에서 출생해 3살 때 처음 도복을 입었다. 일본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던 데구치는 야마나시 가쿠인 대학교 3학년이던 2016년에 일본 국적 대신 캐나다 국적을 선택했다. 캐나다는 데구치가 고교 유망주였을 때부터 공을 들였다고 한다.
데구치는 2018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에 이어 2019년 세계선수권에선 첫 금메달을 땄다. 캐나다가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었다. 데구치는 2021년엔 동료 선수인 캐나다의 제시카 클림카이트에 밀려 세계선수권과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클림카이트(세계랭킹 3위)는 2021 세계선수권 1위, 도쿄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2022·2023 세계선수권은 3위였다. 캐나다가 역대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금메달 3개를 모두 데구치(2개)와 클림카이트(1개)가 합작했다.
데구치의 목표는 내년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캐나다 사상 첫 올림픽 유도 금메달을 일구는 것이다.
◇허미미는 두 대회 연속 5위
한국의 허미미(21·경북체육회)는 5위를 했다. 8강에서 후나쿠보와 접전을 벌이다 연장 5분4초에 세 번째 지도 벌칙을 받아 반칙패했다. 허미미(세계랭킹 5위)는 패자전에선 지난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노라 자코바(31·세계랭킹 8위)를 연장 2분28초 만에 업어떨어뜨리기 절반으로 물리치며 환호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몽골의 르하그바토구 엔흐릴렌(세계 14위)에 연장전서 반칙패를 당했다. 허미미는 작년 세계선수권 때도 준결승에서 후나쿠보에 졌고, 동메달전에선 르하그바토구에 무릎을 꿇었다. 2년 연속 같은 선수들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첫 세계선수권 입상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재일교포다. 작년에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경북체육회에 입단했다. 지난 1년 간 태극문양을 달고 세 차례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평소엔 일본 도쿄에 있는 와세다 대학교 스포츠과학부를 다니며 운동을 하고, 국제대회를 앞두곤 한국으로 건너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등에서 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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