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칸의 인정받기까지[스경연예연구소]
OTT플랫폼 티빙 오리지널 ‘몸값’(감독 전우성)이 칸에서 위용을 떨쳤다. 지난달 19일 저녁(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폐막식에서 장편 경쟁부문 ‘각본상(Best Screenplay)’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다시 한번 K콘텐츠의 위상을 입증했다.
“수상 여부를 미리 알지 못해 깜짝 놀랐어요. 말로만 들었던 기립박수도 실제로 들으니까 신기했고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서 일단 수상 소감은 준비했었는데요. 막상 무대에 오르니 심장이 정말 쿵쾅거렸어요. 소감을 말할 땐 최대한 침착하려고 했고, 말을 못하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전우성 감독)
“각본상을 받긴 했지만 시나리오엔 분명 미흡한 점도 있었을 거예요. 다만 현장에서 스태프들, 감독이 부족한 점을 채워줬기 때문에 이야기가 멋져보이게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라는 건 시나리오만으로 인정받거나 완성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로 만들어져서 눈으로 보고 귀로 즐긴 다음에 평가받는 거니까요. ‘몸값’ 팀들이 잘 채워주고 완성해줘서 수상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곽재민 작가)
최근 스포츠경향은 ‘몸값’을 전두지휘한 전우성 감독, 곽재민·최병윤 작가를 만나 단편영화 ‘몸값’이 시리즈물로 완성되고, 또 해외에서 인정받기까지 과정들을 들었다.
[다음은 전우성 감독, 곽재민·최병윤 작가 일문일답]
Q. 이충현 감독의 단편 ‘몸값’을 바탕으로 시리즈물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과정을 거쳤나.
곽재민 작가(이하 곽) | 원작에선 주인공 둘만 악인이었다면 시리즈에선 모든 인물이 악랄한 캐릭터성을 지키면서도 큰 재난까지 닥쳤을 때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원작처럼 원테이크 촬영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시나리오 집필 때부터 이 부분을 유념하며 썼다. 플래시백(회상)이나 앞선 상황을 설명할 수 없으니 한 호흡에서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으로 어떻게 쓸 수 있을까에 주안점을 뒀다.
최병윤 작가(이하 최) | 등장인물들 각각 원하는 바가 다 다르다. 그들이 부딪히면 싸움이 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갈등과 사건들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 또 내가 배우이기 때문에, 각본을 쓸 때 대사를 직접 치고 연기하면서 작업했다. ‘몸값’이란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 자칫 약해질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을 잘 살리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Q. 원테이크 촬영기법의 한계가 있어서 재난물만의 쫄깃한 효과를 주기에 어려웠겠다. 어떻게 보완하려고 했는가.
곽 | 맞다. 재난물의 충격은 컷으로 나눠 표현하면 더 효과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기 떄문에 대본 쓸 때부터 이미지를 떠올리며 이어나갔다. 또 프리(Pre)프로덕션 때 기술 스태프들과 논의를 많이 나눴고, 원하는 장면을 구현하려고 했다. 대신 카메라가 한 호흡으로 가기 때문에 주요 인물을 떠나서 자유롭게 유영하려는 동선을 최소화했다. 그래서 답답해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력으로 그 점을 쉴새없이 채워줬다. 잘 소화해준 것 같아 크게 감사하다.
Q. 이충현 감독의 연인 전종서를 비롯해 진선규, 장률 등 새로운 배우들도 많이 추가됐다. 작업기가 궁금하다?
전우성 감독(이하 전) | 진선규는 이 작품과 참 잘 맞는 배우였다. 그가 리허설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나 역시 그래야한다고 생각했다. 함께 작업하면서 발견한 진선규의 새로운 매력은 귀엽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보면 참 귀엽다.(웃음) 전종서는 날 것 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다. 현장에서 슛이 들어가면 에너지를 뿜어내는 매력이 있다. 이 사람은 서있기만 해도 멋지다. 놀라웠다. 장률은 메쏘드에 가장 가깝게 연기하는 배우다. 평소에도 캐릭터에 빠져서 많은 걸 물어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최병윤(작가)도 워낙 믿는 배우다. 이전부터 나와 함께 작업을 해왔던 배우라 워낙 믿고 있었는데, 역시나 현장에서 잘 해주더라.
Q. 아직도 ‘몸값’을 경험하지 못한 예비 시청자에게 작품의 강점을 직접 제시한다면?
전 | 배우들의 뜨겁고 훌륭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작품을 만드는 게 내 목표였는데,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본다면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곽 | 진입장벽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의 불편을 넘어서면 굉장히 재밌고 새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관심 가져주면 감사할 것 같다.
최 | 취향 타는 작품이긴 하지만, 내 취향이 ‘몸값’에 맞는지 다들 시험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몸값’은 티빙에서 스트리밍 중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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