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의 충고…“꼰대라 해도 별수 없죠, 결국 열심”

김미경 2023. 5. 10. 07: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 첫 여성 임원 출신 책방지기
30여년간 일터에서 질문과 생각들 묶어
책 ‘…세상이 원하게 하라’ 펴내
“애쓴 시간은 내 것, 태도가 경쟁력”
세상에 맞추지 말고, ‘나답게’
3쇄 찍고, 2만부 이상 팔려
최인아 최인아책방 대표이자 전 제일기획 부사장(사진=해냄출판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2월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대행사’ 방영 당시 이 사람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렸다. 이 드라마 주인공 고아인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인물. 바로 삼성그룹 최초 여성 임원이었던 최인아(61) 제일기획 전 부사장이다.

드라마 배경이 국내 최고 대기업 계열사 홍보대행사라는 점, 극 중 고아인(이보영 분)이 계열사 최초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이라는 설정 등을 두고 일각에선 최인아 전 부사장을 모델로 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그 시절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많은 편견을 이겨낸 ‘센 언니의 대명사’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가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해냄)를 펴냈다. 9년 차 카피라이터 시절 펴낸 책 ‘프로의 남녀는 차별되지 않는다’(1992, 서울미디어) 이후 31년 만의 신간이다.

최 대표는 1984년 삼성 공채로 입사해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의 굵직한 카피를 남겼다. 2001년 입사 26년 만에 그룹 내 공채 출신 첫 여성 부사장에 올랐다. 2012년 자발적 퇴사 이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에 ‘최인아책방’을 열었다.

7년째 책방을 운영하는 그는 이번 책에서 30여 년간 일과 삶에 대해 다듬어 온 생각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왜 일하는가, 어떻게 일해야 하나 등 ‘일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은 출간 2주 만에 2만 부를 찍었다.

최 대표는 최근 가진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일을 열심히 잘하고 싶은데 주변의 공기는 그렇지 않아서 헷갈리고 자신 없는 사람, ‘애쓰지 말고 열심히 하지 말자’라는 주장이 대세가 된 시대에 열심인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344쪽 | 해냄출판사
처음 구상했던 책 제목은 무려 스물다섯 글자. 지금의 제목 앞에 ‘무조건 세상에 맞추지 말고’라는 말을 넣고 싶었다는 게 최 대표의 얘기다. 우리는 얼굴도, 성격도,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다 다른 고유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이만큼 살아보니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희소하고도 귀한 자원이더라.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줄고 있다”며 “시간을 대하는 맞춤한 태도는 결국 ‘열심’이더라. 안테나를 나 자신에게 향하게 해야 시시각각 바뀌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터에서 관성적으로 ‘을’에 놓이더라도, 태도와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일에서도, 내 인생에서도 ‘갑’으로 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책에는 “문제는 회사가 아니야!”, “워라벨을 대하는 자세”, “‘조용한 사직’(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정해진 시간에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는 태도)은 현명하지 않다” 등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가치와는 반대되는 대목도 적지 않다. 그에게 일은 성장의 통로이다. “애쓰고 애쓴 시간은 반드시 내 안에 남는다”며 일하는 시간은 곧 자산을 쌓는 시간이라는 소신을 편다. 그는 “모든 노력은 결국 자신의 인생을 위한 것”이라며 “회사의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을 하는 것이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글이 ‘꼰대’처럼 읽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오랜 시간 자기검열을 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카피라이터 시절 임원까지 올랐던 당시를 회상하며 친구가 건넸던 말을 꺼내 들었다. 그는 “대학 친구가 그러더라. 너를 지키면서 그 자리에 간 것을 더 칭찬하고 싶었다고 하더라”며 “자기다움을 지킨 질문과 생각 덕분에 나는 길을 찾아갔다. 길을 찾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진심이 꼰대를 이길 거라고 믿어요. (하하) 꼭꼭 눌러 질문하고, 고치고, 나아가고 도달한 생각들이죠. 길이 헷갈리거나 잘 모를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 자신에게 질문하는 게 중요한데, 사람들은 잘 안 해요. 어느 것이 유리한지 따질 때가 많죠. 존중하지 않으면 묻지 않아요. 답은 내 안에 있습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