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클러스터, 그리고 클러스터

김광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전 국토에 첨단과학과 산업을 위한 클러스터 조성이 한창이다. 17개 광역시도에서 서로 중복되지 않은 클러스터 종류 두 가지를 지자체별로 SNS에서 임의로 뽑아 보았다. 충남의 디스플레이클러스터와 베이벨리메가시티클러스터, 충북의 태양광클러스터와 철도클러스터, 대전의 그린바이오클러스터와 국방융합클러스터, 강원도의 항체바이오클러스터와 청정에너지클러스터, 경기도의 시스템반도체클러스터와 바이오신약클러스터, 그리고 서울의 바이오의료클러스터와 인공지능클러스터 등이 있다.

제주도의 자연순환클러스터와 청정제주돈육클러스터, 경남의 우주클러스터와 웰니스관광 클러스터, 부산의 해양클러스터와 파워반도체클러스터, 경북의 방산혁신클러스터와 청정약용작물클러스터, 대구의 물클러스터와 로봇클러스터, 전남의 글로벌데이터센터클러스터와 우주발사체클러스터, 광주의 반도체메가클러스터와 에너지융복합클러스터, 전북의 탄소소재혁신클러스터와 스마트팜클러스터가 있다. 이외에 ICT소프트웨어융합클러스터, 디지털모빌리티클러스터, UAM(도시항공운송)클러스터, 소부장혁신클러스터, 퀀텀클러스터, 혁신창업클러스터 등의 4차산업과 미래 디지털 혁명 분야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자기 지역에 적합하다 주장한다.

클러스터 조성에서 '클러스터'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밀접해 있는 다수의 무리 또는 집합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클러스터 조성이란 특정 지역의 산학연관 개체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연결되면서 집합체의 활동이 최대효과가 나오도록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뜻이다. 지역의 첨단산업을 위한 클러스터 조성 모델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우리보다 먼저 선진화를 이루었던 국가에서도 이미 효과성과 효율성에서 충분히 입증된 국가 특화혁신 개발 모델이다. 따라서 우리도 지역의 첨단과학산업을 위한 클러스터 조성은 필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산업과 과학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전국 첨단과학산업클러스터 조성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클러스터는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이에 대한 선택과 집중 또한 가능해야 한다. 혹시 선거로 선출된 지자체장이 임기 내에 자기 실적을 쌓기 위하여 급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중앙정부 또한 지자체 간 서로 경쟁시키면서 결국 N분의1로 나누어 주면 특화 및 효율성이 떨어져 비효율적이다.

대표적인 해외 성공사례로 미국의 실리콘벨리와 리서치트라이앵글, 일본의 쯔꾸바사이언스파크, 아일랜드 더블린 그랜드캐널독지구, 인도의 벵갈루루, 중국의 중관춘 등이 있다. 우리나라도 금년 5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대덕밸리(연구개발 특구)가 비즈니스연계 등에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성공한 클러스터로 꼽힌다. 성공한 첨단과학과 산업 클러스터는 지속 가능해야 하며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공의 4가지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특화 관련 첨단과학기술이 지역에 존재해야 한다. 미래기술과 연계 가능한 원천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연구소나 국책연구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래개발기술은 원천과학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연구와 생산을 주도할 수 있는 우수 젊은 인력이 모여들어야 한다. 지역대학의 특화된 학과에서 필요인력 양성과 함께 거주요건의 고급화, 예술, 문화 그리고 스포츠 활동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셋째,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지원제도가 확실해야 한다. 각종 세제 혜택과 도로 인프라건설, 클러스터 스마트화 지원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넷째, 원천과학기술이 산업으로 연결되어 꽃을 피우려면 무엇보다 민간 투자집단이 참여해야 한다. 건실한 은행, 벤처캐피털, 엔젤투자 등의 전문가 집단이 수시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충남 아산의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단지 인근 선문대학교 관련 학과에 세계 최고의 석학교수들이 이미 모여있어야 한다. 충남 베이벨리메카시티 클러스터 또한 성공의 4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성공한다. 클러스터, 그리고 클러스터, 첨단산업 클러스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