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방력 강화 속도… ‘5대 핵심 과업’ 2년여 만에 실현 눈앞 [한반도 인사이트]

김예진 2023. 5. 1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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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기 개발 5개년’ 어디까지 왔나
김정은, 무기 전략 ‘천기누설’
8차 당대회 개발 예정 무기 12건 밝혀
연구·설계·시험·생산 등 진행별 세분화
현재 6건 실체 드러나… 목표 절반 달성

‘게임체인저’ 무기 속속 드러나
2022년 극초음속 미사일 ‘마하10’ 기록
수중 핵어뢰 ‘해일’·고체엔진 완벽 검증
핵탄두·1만5000㎞ 명중률 제고도 진전
설계연구 끝난 핵잠수함만 베일에 싸여

‘50%’.

2021년 1월 북한은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과 함께 앞으로 만들 무기들을 천기누설하다시피 공개하며 나열했다. 이후 성과가 나올 때마다 하나하나 꺼내 과시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거론한 무기는 대략 12건. 이 가운데 9일 현 시점까지 대외에 실체를 드러낸 것은 6건으로 파악됐다. 다음달로 5개년 계획이 반환점을 도는 가운데 제시한 목표 역시 약 절반은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무기의 완성도나 목표 수준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제재와 경제난 속에서도 국방 과업의 성과를 차곡차곡 쌓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말하는 ‘국방 과업 달성’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봤다.
지난 3월21일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발간한 사진 편집물 속 극초음속 미사일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8차 당대회의 ‘천기누설’

당대회는 5년에 한 번 열리는 북한 최대 정치 행사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 때 김정은은 9시간에 걸친 사업 총화 보고를 하면서 앞으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이는 ‘국방공업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으로 명명됐다.

김정은은 연구 중인 무기, 설계 중인 무기, 시험 중인 무기, 생산 직전인 무기 등 각 무기 체계 개발 사업의 종류와 진행 상태를 상세하게 직접 나열했다. 요약하면 ①다탄두 ②극초음속 ③핵잠수함 ④각종 전자 무기 ⑤무인 타격 장비 ⑥정찰 탐지 수단 ⑦군사정찰위성 ⑧핵무기의 소형화로 전술무기화 ⑨초대형 핵탄두 ⑩1만5000㎞ 사정권 안 명중률 제고 ⑪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로켓 ⑫수중발사 핵전략무기다.

북한 정권이 비밀에 부쳐야 할 군사 정보를 이렇게 공개한 건 이례적이었다. 미국 본토를 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확보에 집중했던 종전과 달리, 남한을 향해 더욱 실질적으로 핵위협을 가할 다양하고 구체적인 무기와 공격 기술이 나열된 것이 특징이었다.
지난달 1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우주과학연구원 방문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은 또 이 가운데 최우선으로 달성해야 할 ‘5대 핵심 과업’이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 항목을 공개하지는 않았기에, 우리 정부와 언론은 한동안 나열된 무기 체계를 토대로 자의적으로 크게 5가지로 분류해 추정, 이해했다. 몇 달 뒤 북한 매체를 통해 5대 핵심 과업이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내 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ICBM,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2022년 3월엔 북한 매체에 ‘5대 중점 목표’라는 말과 함께 군사정찰위성이 그중 하나로 드러났다.

천기누설된 팩트들에 대한 퍼즐 맞추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나머지 4개 중점 목표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5대 핵심 과업 조기 달성?

최근 2년간 북한이 쏟아낸 무기 테스트를 지켜봐 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부에선 목표를 “조기 달성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도 한다. 처음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때문에 선진 부품 조달 등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들어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심화하며 지난 대화 국면에서 가뜩이나 이완된 제재 레짐이 붕괴하고 있다. 중·러와 협력해 제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김정은 계획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8차 당대회 당시 연구를 마치고 시험 제작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중이라고 했고, 9개월 만에 첫 시험발사를 했다(‘화성-8형’). 이어 2022년 1월5일 두 번째 시험발사 때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달 11일 세 번째 시험발사를 했고 이를 “최종 시험발사”라고 표현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보다 빠른 미사일로, 대기권 재진입 뒤 활공 속도가 마하5(음속의 5배·시속 6120㎞)를 넘기느냐가 기준이 된다.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정도다. 세 번째 시험 때 속도는 마하10인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파악했다.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는 2023년 3월24일, 4월8일 두 차례에 걸쳐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수중폭파 시험이 보도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북한 매체는 “시험 결과 수중전략무기체계의 믿음성과 치명적인 타격 능력이 완벽하게 검증됐다”며 만족감을 한껏 드러냈고, 해일을 두고 그간 은밀하게 개발해 온 “비밀병기”라고 칭하기도 했다. 8차 당대회에서 ‘해일’로 명명한 뒤 2년간 50여차례 최종 단계의 시험을 이미 거친 무기라고도 소개했다.

고체엔진은 지난달 ICBM ‘화성-18형’ 시험발사 때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단분리, 변칙 비행까지 선보이며 기술을 과시했다. 발사 첫 단계에서 동해로 정상각도로 발사돼 놀란 일본이 비상경보까지 울렸다.
지난달 1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5대 과업과 별도로 ‘5대 중점 목표’라는 말은 8차 당대회 1년 후에 등장했다.

2022년 3월 조선중앙통신은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 달성에서 정찰위성 개발의 몫이 대단히 중대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듬해인 지난달 19일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 지도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정찰위성이 다시 한 번 ‘5대 중점 목표’ 중 하나로 설명됐다.

지구와 자전주기가 같아 항상 동일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지궤도 위성은 항상 동일한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정지궤도 위성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이 정지궤도 위성을 갖게 되면 우리 군은 물론 일본 항공모함 이동 과정 등의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나머지 4개 목표는 아직 대외에 공개되지 않았다.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탄력적일 가능성도 있다.

5대 핵심 과업 중 드러나지 않은 것은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라던 핵잠수함 정도다.
지난달 1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공개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우주과학연구원 방문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속해서 생산을 밀고 나가”라고 지시한 초대형 핵탄두에 대해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수소탄을 의미하는 것인데, 수소탄은 시험할 수가 없으니 별도로 대외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수소폭탄 기술을 이미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 과업 역시 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1만5000㎞ 사정권 내 명중률을 높여 핵 선제타격, 보복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과 관련해 이 위원은 “유도제어 쪽 기술로, 인공위성에 기반하기 때문에 발사 예정인 군사정찰위성과 연동되는 과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적 목표 달성 정도에 대해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개발해서 공개했는지 여부로 본다면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도 볼 수 있고, 완료해서 실전 배치로 나아간다면 한참 더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배치하고 운용하는 것은 비용이 훨씬 더 막대하다”고 덧붙였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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