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BCK 불법파견 증거 '파기'…조직적 은폐 논란

전남CBS 최창민 기자 2023. 5. 1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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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라카본코리아 불법파견 의혹②]
사내하청 노조 설립되자 '근무일지' 파기 지시
노조 "원청도 불법파견 알고서 폐기처분"
하청 교체도 불법파견 은폐하려는 꼼수 주장
노동부에 파견법 위반 혐의로 원·하청 고소
편집자 주
석유화학의 최종 단계에서 생산되는 불순물인 블랙카본으로 타이어 주원료를 생산하는 외국계 기업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의 총파업이 전남 여수국가산단 조성 이래 최장기 파업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일 노조 지도부가 공장 사일로 옥상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남CBS는 원청인 비를라카본코리아의 불법파견 의혹과 열악한 작업 환경, 부당노동 행위 의혹 등을 차례로 연재한다.
여수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공장 내 건물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근무해온 블랙카본 실험실이 있다. 최창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단독]여수산단 BCK 블랙카본 실험실 '불법파견' 의혹
② [단독]BCK 불법파견 증거 '파기'…조직적 은폐 논란
(계속)

전남 여수국가산단 입주기업인 비를라카본코리아가 실험실 하청 노동자들을 불법파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하청 노동자들에게 불법 정황이 담긴 관련 서류 파기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정황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CBS노컷뉴스는 8일 <여수산단 BCK 블랙카본 실험실 '불법파견' 의혹> 단독 보도를 통해 비를라카본코리아 소속 직원들이 실험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직접 근무 지시를 내리고 관련 일지를 작성하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실험실 근무일지를 보면 원청인 비를라카본 직원들이 사내하청 소속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을 관리 감독하고 근무 지시를 내린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청 노동자들은 매일 근무시간과 작업 내용 등이 담긴 '근무일지'를 작성했고, 이 문서의 검토, 확인, 승인 등 결재라인은 모두 원청인 비를라카본코리아 소속 기장과 팀장 등 직원들로 채워져 있다.

이에 대해 하청 노동자들은 실험실에서 원청 직원과 1대1로 근무를 했고 원청 직원의 업무 지시를 받아 일했을 뿐 하청 회사로부터는 어떤 업무지시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청 직원들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근무일지 등 불법파견의 주요 증거들을 전부 파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청 소속 실험실 근무자 A씨는 CBS노컷뉴스와 만나 "지난해 3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근무일지 작성을 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서류도 모두 없애라고 했다"면서 "원청에서 근무 지시를 했다는 증거인데 사내에도 지금은 자료가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원청에서도 이것이 불법파견인 것을 알고 있으니까 폐기처분하라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근무자 B씨도 "노조를 만들고 나서 원청에서 더 이상 작성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없앨 수 있으면 다 없애라고 했다"면서 "원청에서도 다 없앴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가 출범하던 시기에 맞춰 원청이 불법파견의 증거가 될 수 있는 근무일지 관련 서류의 파기를 지시하고 이때부터 작성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이 폐기를 지시한 근무일지 일부를 보관하고 있었고 이번에 CBS노컷뉴스를 통해 공개됐다.

여수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가 총파업 두 달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원청이 고용한 대체인력들이 분주하게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


또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 출범 이후 임금 및 단체 교섭 과정에서 비를라카본코리아는 하청 업체를 교체해 교섭을 방해했고 이 또한 불법파견 정황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하청 업체 교체 과정에서 직전 업체와 해온 근무 형태, 인사 관리 시스템 등을 전면 교체하는 등 불법파견 정황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를라카본코리아 관계자는 "실험실 근무일지 작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 내용을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는 BCK 실험실 불법파견 의혹 보도와 관련해 비를라카본코리아와 하청업체를 파견법상 불법파견 혐의로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현행법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5조 5항을 통해 불법파견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노조측은 고소장에서 "피고소인들은 20여 년 전부터 실험실 업무에 대한 불법파견을 했다"면서 "실험실에서는 파견 근로자와 원청 근로자가 함께 일했고 파견 근로자에 대한 업무지시, 인사관리 또한 원청 직원이 직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불법파견 문제를 지적하자 피고소인들은 불법파견의 증거들을 은폐, 폐기하고 있다"면서 "압수수색을 해서 각종 작업표준과 지침, 매뉴얼, 업무일지 등의 불법파견의 증거를 보전해 달라"고 밝혔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사일로 탱크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강주 지회장(오른쪽)과 임근배 부지회장(왼쪽).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 제공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69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두 명의 노동자가 지난 8일부터 공장 내 사일로 탱크 옥상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비를라카본코리아가 실험실 근로자들을 불법파견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 하청 노조가 원청을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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