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웃다가 인간 본성의 바닥을 본다…영화 '슬픔의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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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들이 탄 초호화 유람선이 난파당하고 몇 명만 무인도에 떠내려가 살아남는다.
외스틀룬드가 이번엔 초호화 유람선의 조난 이야기를 내놨다.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에서도 보듯 무인도야말로 인간 본성이라는 심연의 바닥을 엿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 아니겠는가.
초호화 유람선에선 마치 신(神)처럼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하던 사람들이 무인도에선 철저히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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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백만장자들이 탄 초호화 유람선이 난파당하고 몇 명만 무인도에 떠내려가 살아남는다.
부유한 백인 중년 남성, 모델인 젊은 남녀 커플, 유람선에서 궂은일을 하던 필리핀 여성 승조원 등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는 등장인물을 극도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뜨려놓고 인간 본성의 바닥을 들여다보기를 즐긴다.
그렇다고 진지하고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발한 유머는 끊임없이 폭소를 자아낸다. 관객은 배꼽을 잡고 웃다가 의미심장한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고 영화관을 나선다.
외스틀룬드가 이번엔 초호화 유람선의 조난 이야기를 내놨다. 신작 '슬픔의 삼각형'이다.
이 영화로 외스틀룬드는 지난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더 스퀘어'(2017)에 이어 그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더 스퀘어'가 휴대전화 소매치기처럼 누구나 일상적으로 당할 수 있는 일을 다뤘다면, '슬픔의 삼각형'은 조난이라는 좀 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다.
그만큼 인간 본성 깊숙이 들어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영국 작가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에서도 보듯 무인도야말로 인간 본성이라는 심연의 바닥을 엿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 아니겠는가.
무인도에서 백만장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마른 나무를 모아 불을 피우는 것조차 힘겹다. 두 손으로 자연을 개척하는 노동에 등진 삶을 산 탓일 것이다.
초호화 유람선에선 마치 신(神)처럼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하던 사람들이 무인도에선 철저히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외스틀룬드는 계급 모순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유람선 선장이 자기 방에 인터내셔널가(歌)를 크게 틀어놓은 장면이나 술에 취해 마르크스와 레닌을 들먹이며 백만장자와 논쟁하는 장면은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야기는 어느 순간 계급 모순을 넘어선다.
놀라운 건 이렇게 근본적인 질문을 웃음과 재미로 녹여낸 외스틀룬드의 역량이다. 영화 속 인물의 찌질한 모습에 실컷 웃고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영화는 어느덧 막바지에 와 있다.
'슬픔의 삼각형'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지만, 이야기는 하나의 실로 이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모델 커플인 '야야'(샬비 딘)와 '칼'(해리스 디킨슨)이 데이트 비용을 누가 낼지를 놓고 벌이는 말다툼은 외스틀룬드만의 유머로 가득하다. 그가 패션 사진작가인 부인과 실제로 했던 논쟁을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 샬비 딘에게 이 작품은 안타깝게도 유작이 됐다. 그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균성 패혈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5월 17일 개봉. 147분. 15세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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