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구한 일곱 번의 만남[신간]
<내 삶을 구한 일곱 번의 만남>
캐럴 스미스 지음·허선영 옮김·문학동네·1만7000원
일곱 살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삶은 계속돼야 한다. 대신 곁에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는 슬픔에 수시로 무너질 뿐이다. 기자인 저자는 회사로 돌아와 고통을 참으며 일한다. 새롭게 의학 담당으로 그는 선천성 조로증을 앓는 열 살 소년 세스를 만나 밀착취재를 시작한다. 끊임없이 아이에 관한 생각이 떠올라 취재를 포기할 위기도 여러 차례 맞는다. 걸음마를 막 뗀 아이 같은 키에 여든 살 노인 같은 외모에도 죽음이 아닌 삶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는 세스. 저자는 세스를 보며 선천성 질병을 앓았던 아들의 삶 또한 사랑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화상, 사지 절단, 뇌졸중 등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었지만,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마지막에 시애틀 터줏대감이던 신문사가 문 닫는 과정이 그려져 조금 씁쓸하다.
▲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이야기장수·1만6800원
“립스틱 정책입니까?” 강남서 첫 여성 강력계장이 되자 기자가 던진 질문이었다. “그 말씀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알아듣겠다”라고 당당하게 받아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한국 여경의 역사를 쓰다시피 한 형사 박미옥이기 때문이다. 신창원이 검거될 당시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는 전설이 쓴 책이지만, 담담하고 반성이 담겼다. ‘왜 째려보는가’가 아니라 ‘왜 째려본다고 느끼는가’가 범죄의 원인이 될 정도로 마음이 병든 사람들, 최근 불거진 여경 무용론에 대한 생각 등 새겨볼 만한 이야기가 많다.
▲ESG 세상을 위한 신박한 아이디어 21
안치용 외 지음·마인드큐브·2만5000원
칼로리 대신 탄소배출량을 보는 ‘탄소 라벨링’, 국가가 지원하는 체외 ‘임신’, 서울대 대신 국공립대 통합 한국대…. 청년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광의의 ESG 아이디어들이 흥미진진하다. 주간경향에 연재했던 글들을 묶었다.
▲소리의 마음들
니나 크라우스 지음·장호연 옮김 위즈덤하우스·2만2000원
소리를 들을 때 뇌는 앎, 감정, 생각, 움직임 등과 상호작용한다.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소리와 뇌의 협업을 ‘소리 마음’이라 정의한다. 소리가 뇌에서 어떻게 변환되는지와 더불어 음악의 치유력, 소음의 파괴력 등을 들려준다.
▲끌어안는 소설
정지아 외 지음·창비·1만7000원
가족 주제의 단편들이다. 어머니(정지아 ‘말의…’, 김애란 ‘플라이…’), 아버지(손보미 ‘담요’, 황정은 ‘모자’), 이모(김유담 ‘멀고도…’) 등 전통적 가족과 새로운 가족(윤성희 ‘유턴…’, 김강의 ‘우리…’)을 품는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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