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행 혐의 법원서 첫 인정... “66억원 배상하라”
“거짓말”이라며 피해자 모욕한 명예훼손 배상액이 더 크게 책정
반세기간 25~43명 각종 성추문, 법정 판단 나온건 처음
도널드 트럼프(76)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민사 소송에서 패소,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민사 소송과 형사 범죄 의혹에 대해 법정에서 책임 혹은 혐의가 인정된 것은 처음으로,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앞두고 악재가 될 전망이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9일(현지시각) 유명 칼럼니스트 E 진 캐럴(79)이 지난 1996년 트럼프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 성폭력 고발에 나서자 트럼프가 ‘거짓말’ ‘사기’라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한 정신적 피해를 주장한 데 대해, 원고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트럼프가 캐럴에게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합쳐 총 500만달러(66억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500만달러 중 200만달러(26억5000만원)는 캐럴 성추행과 폭행에 대한 배상이고, 2만달러(2600만원)는 성추행에 대한 징벌적 배상, 그리고 명예훼손에 대한 보상액은 270만달러(35억8000만원)이며 이에 대한 징벌적 배상액은 28만달러(3억7000만원)로 각각 책정됐다. 특히 배심원단은 트럼프에게 명예훼손 배상액을 더 크게 책정한 데 대해 “그의 명예훼손은 고의적이고, 증오와 악의에 따른 행위”라고 지적했다.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명품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안면 있던 사업가 트럼프와 마주쳤는데, 그가 “여자 선물을 골라달라”며 속옷 매장의 탈의실로 이끈 뒤 성폭행했다고 주장해왔다. 캐럴은 이 사실을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9년 책으로 써냈으나, 성폭력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해 뉴욕주가 성폭력 관련 시효를 1년간 해제하도록 법을 개정해 제소가 가능해졌다. 캐럴은 지난달 말 시작된 평결에 나서면서 “당시 사건의 충격으로 이후 연애조차 하지 못했다”며 “그간 침묵하며 살아왔지만, 미투 고발 운동에 용기를 얻어 내 인생을 다시 찾기 위해 나섰다”고 했다.
트럼프는 “캐롤은 내 타입이 아니어서 성폭행했을 리가 없다” “만난 적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1987년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트럼프는 공판에 참석하지 않은 채 장외에서 “캐럴의 소송은 모두 사기이며 정치적 마녀사냥” “그녀의 변호인은 거물 정치 후원자(링크드인 공동창립자 리드 호프먼)에게 돈을 받는 정치꾼”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부분이 배심원단의 평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배심원단은 캐럴이 트럼프가 그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트럼프가 캐럴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주장은 여러 증인들의 증언 등에 비춰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번 평결은 민사소송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전적 책임만 지게 됐을 뿐 형사 책임은 없다.
트럼프는 1970년대부터 최소 25명, 최대 43명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성희롱 혐의를 받았는데 사법처리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는 지난3월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포르노 배우·플레이보이 모델과의 성관계 폭로를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지급한 사건으로 회사 장부 조작 등으로 맨해튼 지방검찰에 기소됐다. 미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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