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축구하는 여성들은 아동용 풋살화 신는다, 왜?

장수경 2023. 5. 1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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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무개(31)씨는 두달 전부터 '풋살'(5 대 5로 하는 실내 축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한 축구용품 전문점 매장 직원은 "270㎜가 100족 입고된다면, 230㎜는 아동용을 포함해 10족도 안 들어온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유소년들도 작은 사이즈의 풋살화를 구매하기 때문에 금방 동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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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시설 여전히 남성 위주 구성
화장실·샤워실·탈의실도 ‘남성용’만

손아무개(31)씨는 두달 전부터 ‘풋살’(5 대 5로 하는 실내 축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풋살 입문 4주차 무렵, 손씨는 본격적으로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장비’ 구매에 나섰다가 난관에 부닥쳤다. 발 사이즈 230㎜에 맞는 풋살화 구하기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스포츠 매장 4~5곳을 돌며 재고를 확인했지만, 번번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손씨는 “전화해서 물어본 것까지 합하면 열군데 매장에 확인했는데 260㎜ 이상 남성용만 판매한다고 해서 마음이 상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손씨는 수소문 끝에 경기 김포를 거쳐, 일산까지 가서야 230㎜짜리 풋살화를 구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찍찍이(벨크로)가 부착된 ‘아동용’이었다. 같은 사이즈라도 아동용과 성인용은 신발의 발등 높이나 소재 등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딱 하나 남은 거라 색상, 디자인, 브랜드를 따질 겨를도 없었다. 손씨는 “다른 풋살 팀원들도 맞는 사이즈의 성인용 신발이 없어 아동용으로 겨우 샀다더라”고 전했다.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등의 인기로 축구나 풋살처럼 ‘골 때리는’ 여성 인구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축구협회에 축구 동호회 선수로 등록한 성인 여성은 2017년 2312명(97개 팀)에서 2022년 5010명(173개 팀)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등록하지 않은 인원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장비 시장은 여전히 남성 위주로 돼 있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장비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동대문에 있는 한 축구용품 전문점 매장 직원은 “270㎜가 100족 입고된다면, 230㎜는 아동용을 포함해 10족도 안 들어온다”며 “여성뿐만 아니라 유소년들도 작은 사이즈의 풋살화를 구매하기 때문에 금방 동난다”고 말했다. 온라인 해외 직구를 통해 제품을 살 수도 있지만, 같은 230㎜라도 브랜드마다 발볼이나 발길이 등이 달라, 직접 신어보지 못하고 선택해야 하는 입문자들은 ‘구매 실패’를 겪기 일쑤다.

서울월드컵경기장 풋살구장엔 남성 샤워실만 있다. 장수경 기자

한 유명 스포츠 브랜드 업체는 국내 매장에서 아예 여성용 풋살화를 판매하지 않는다. 이 브랜드 관계자는 “현재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인용 풋살화로만 250㎜부터 판매하는데, (여성들의 구매 수요가 있어) 올 하반기부터 남녀공용으로 220㎜부터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풋살화 등 장비뿐만 아니라 축구 기반시설도 남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화요일마다 풋살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는 김아무개(30)씨가 찾는 실내 풋살장엔 남자 화장실만 있다. 김씨는 “화장실에 가려면 풋살장에서 나와 몇개 층 위에 있는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년째 축구를 하고 있다는 호선인(28)씨는 “풋살장에 탈의실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비좁은 화장실 변기에서 옷을 갈아입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서울시설공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풋살장조차 남성 샤워실만 있는 경우도 있다.

여성과 아동이 긍정적인 스포츠 경험을 하도록 돕는 ‘위밋업 스포츠’의 신혜미 대표는 “여성 축구가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로 클럽이나 팀이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사회기반시설은 부족하다”며 “더 많은 ‘언니’들이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도록 축구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영상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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