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티빙·웨이브·왓챠'… 정부 지원 절실한 '한국 OTT'

양진원 기자 2023. 5. 1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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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위기의 OTT]③자체등급분류제 시행 코앞… 정부, 콘텐츠 투자 지원 나서야

[편집자주]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위해 몇 년 동안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늘어나는 제작비에 비해 구독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없다. 토종 OTT 기업들은 많은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특색 있는 드라마나 영화, 예능 제작에 집중해 비용 효율화를 꾀한다. 정부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콘텐츠 강국의 꿈을 이루려면 국내 OTT 사업자들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사진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미디어·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토종 OTT, 투자 전략 재검토… 출구 고심
② 밑빠진 독에 물 붓기… OTT, 영업적자 역대 최대
③ 고사 직전 OTT, 정부 지원 '절실'
고난의 시기를 보내는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이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을 바라고 있다. 콘텐츠 산업의 진흥을 약속한 윤석열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논의기구를 설립해 지원방안과 규제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설립… 글로벌 K-콘텐츠 종합 전략 추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왼쪽부터), 더글로리, 피지컬100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가 지난 4월17일 민·관 합동으로 닻을 올렸다.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과 'K-콘텐츠의 전 세계 확산'이란 국정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각 부처에 산재한 개별 미디어·콘텐츠산업 정책을 모아 종합적인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를 주재하고 "최근 미디어·콘텐츠 산업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OTT 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등 K-콘텐츠가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는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 미디어 기업은 글로벌 업체의 대규모 투자 등으로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원회는 1차 회의에서 토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디어·콘텐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방안과 규제체계 개선 등에 대한 세부 과제들을 확정할 예정이다. 미디어·콘텐츠 업계 의견을 수렴해 미디어·콘텐츠산업의 정책지원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 발전전략(가칭)'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전파진흥협회는 올해 지원할 OTT·방송 콘텐츠 54편을 지난 4월19일 선정·발표했다.

글로벌 진출 잠재력이 높은 작품을 지원하는 해외진출형 14편, 공익적 소재의 우수 작품을 지원하는 공익형 30편, 인공지능(AI)·디지털 융합 등 방송·미디어 제작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실험적인 도전을 지원하는 신기술(뉴테크) 융합형 10편이다.

해외진출형은 OTT 특화형과 일반형으로 구분된다. OTT 특화형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OTT와 방송·제작사 컨소시엄의 우수 콘텐츠를 제작 지원하는 유형이다.


자체등급분류제 시행… 콘텐츠 투자 지원책도 나와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6일 박윤규 2차관 주재로 서울 중구 1인 미디어 콤플렉스에서 제5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스1
OTT 업계 숙원인 자체등급분류제도 시행을 앞뒀다. 자체등급분류제는 일정한 자격 기준을 만족하는 사업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사전 등급분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시청 등급을 정해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OTT 업계는 그동안 영등위가 등급을 분류하는 데 평균 12일 이상 걸리면서 콘텐츠 공급이 지연되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진다고 성토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등위는 OTT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5월 중에 지정하고 6월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콘텐츠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영상물 등급을 분류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문체부와 영등위가 심의해 적정성을 재평가하는 사후 규제 방식이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대표 OTT가 영상등급을 분류하고 공개 일정을 정할 수 있어 콘텐츠 공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규제 완화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환 웨이브 부장은 지난 4월6일 제5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콘텐츠 제작비용이 많이 오르고 있다"며 "투자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콘텐츠 투자에 일정 부분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사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허승 왓챠 이사도 "국내 미디어 콘텐츠와 플랫폼 분야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가 부족하다"며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확대하고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OTT를 비롯해 유망 콘텐츠 제작을 위한 3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펀드'를 내년에 조성할 계획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차관은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는 해외진출과 투자 확대 방안을 철저하게 추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OTT 등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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