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석이버섯’ 전·백숙…바위 숨은 ‘귀’한 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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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구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 사장은 26년 전 고향에 돌아와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 삼아 석이버섯을 채취했다.
"석이버섯은 자라는 터도 터지만 따는 법도 까다로워요. 햇볕을 받아 마르면 손만 대도 부스러지거든요. 비가 온 다음날 습할 때 따야 온전한 것을 얻을 수 있어요. 1년에 1∼2㎜ 자라니 지름 5㎝ 이상 되는 데만 10년이 넘게 걸립니다."
누운골식당 특별 메뉴는 석이버섯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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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붙어 자라고 사람 귀 닮아
찾기 어렵고 채취법도 까다로워
부쳐도 맛있고 국물맛도 그만
전 식혀 쫀득한 식감 즐기기도
백숙에 넣으면 나무향 감돌아
세상만사 구하기 어려운 것일수록 귀한 대접을 받는다.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이 그렇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송로버섯, 캐비아, 거위 간도 생산량이 적기에 비싸다. 이에 못지않게 구하기 어려운 별미가 또 있다. 바로 석이(石耳)버섯이다. 이름 그대로 바위에 붙어 자라나는, 사람 귀(耳)를 닮은 버섯이다.
예부터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 와운골 사람들에겐 산나물이 주식이다. 대문 밖을 나서면 곧장 산과 들이었고 거기서 자란 온갖 푸성귀가 찬거리였다. 바구니 들고 집 근처만 돌아다니던 아낙과 달리 기운 넘치는 청년들은 멀리까지 나섰으니 결국 깊은 산속 암벽에서 자라던 석이버섯까지 그네들의 손길이 닿았다.
와운골 토박이이자 3대째 살던 터에서 ‘누운골식당’을 운영하는 이완성 사장은 어릴 적 명절 차례상에 올라오던 석이버섯을 기억한다. “석이버섯을 따 오면 어머니가 호되게 야단을 치셨어요. 회초리까지 드시곤 하셨죠. 분명 위험한 바위에 올라 땄을 테니 다시는 가지 말라고 그러신 거겠죠. 석이버섯 따다가 다리가 부러졌다는 얘기가 종종 들렸거든요.” 산 타기에 노련한 이들도 하루 종일 산을 돌아다녀야 어른 손바닥만 한 것 서너줌을 딴다. 그렇게 얻은 석이버섯은 나물로 무쳐 차례상에 올렸다. 차례가 끝나면 다른 나물과 섞어 비빔밥으로 먹었다. 한젓가락씩 집어 먹을 양이 되지 않으니 이렇게나마 온 식구가 맛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사장은 26년 전 고향에 돌아와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 삼아 석이버섯을 채취했다. 그러다 맛있는 고향 음식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 13년 전 식당을 열었다. “석이버섯은 자라는 터도 터지만 따는 법도 까다로워요. 햇볕을 받아 마르면 손만 대도 부스러지거든요. 비가 온 다음날 습할 때 따야 온전한 것을 얻을 수 있어요. 1년에 1∼2㎜ 자라니 지름 5㎝ 이상 되는 데만 10년이 넘게 걸립니다.”
누운골식당 특별 메뉴는 석이버섯전이다. 물에 불린 버섯에 부침가루 반죽을 묻혀 기름에 지져낸다. 전은 따끈할 때 부드럽게 찢긴다. 기름이 배어 고소한 맛은 남녀노소 좋아할 만하다. 어느 정도 식으면 젓가락으로 잘 찢어지지 않을 만큼 탄력이 생겨 마치 떡처럼 쫀득쫀득해진다. 그대로 먹어도 간간하지만 청양고추를 썰어넣은 간장에 찍어 먹으면 더욱 감칠맛이 돈다.
석이버섯 향을 느끼고 싶다면 석이버섯백숙을 주문해보자. 석이버섯은 앞면은 새까맣고 뒷면은 푸르다. 이 때문에 국물이 살짝 연둣빛을 띤다. 백숙 국물을 한술 뜨면 비 온 뒤 숲처럼 무거운 나무 냄새가 난다. 돌이나 철에서 날 법한 향도 난다. 처음엔 낯선데 맛을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석이버섯 향과 맛 덕분에 국물이 개운하다. 육수에 익힌 석이버섯은 부드럽다. 비칠 만큼 얇게 뜬 수제비처럼 입에 넣으면 후루룩 넘어간다.
석이버섯은 철이 따로 없다. 다만 겨울엔 지리산 추위가 매서운 탓에 채취에 나서는 이가 별로 없어 수확량이 많지 않다. 버섯이 낙엽처럼 바싹 마르며 따기엔 어려운 탓이다. 석이버섯은 사시사철 존재감을 뽐내지만, 채취하기 좋은 철은 길지 않으니 석이버섯을 맛보려면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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