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입 농산물이 진짜로 잡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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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값이 오르면 농민들이 좋아할 줄 알지만 걱정부터 앞서는 게 현실입니다. 언제 수입 양파가 들어와 시장을 잠식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정부의 조기 출하 정책으로 질 낮은 조생양파가 출하돼 국산 양파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사이 수입 양파가 그 틈을 비집고 시장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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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값이 오르면 농민들이 좋아할 줄 알지만 걱정부터 앞서는 게 현실입니다. 언제 수입 양파가 들어와 시장을 잠식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조생양파 출하가 시작되던 3월말에 만난 제주의 한 양파농가는 양파값 강세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그가 우려하는 건 국내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수입 양파다. 그는 “양파값이 조금만 오르면 수입 양파가 들어오니 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 수입 양파에 주도권을 내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실제 이같은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화했다. 정부의 조기 출하 정책으로 질 낮은 조생양파가 출하돼 국산 양파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사이 수입 양파가 그 틈을 비집고 시장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3월 하순부터 최근까지 서울 가락시장 등에선 수입 양파값이 국산보다 높은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수입 농산물은 국산 농산물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을 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시장에 진출한다. 이에 따라 수입 농산물값이 국산보다 높아지면 국내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수입 양파의 가격 역전 현상은 이같은 상식이 더는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사실상 물가안정용으로 수입 농산물을 들여온다는 정부의 논리에도 큰 허점이 생긴 셈이다.
생산자들은 정부의 수입 일변도 수급 정책이 이같은 흐름 변화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정부는 유례없는 규모(9만2000t)로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운용했다. 이로 인해 수입 양파에 대한 시장의 거부감이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수입 양파의 고정적인 수요처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수입 양파를 저렴하게 풀면서 외국산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이제 저렴한 가격이 아닌 품질 등 다른 장점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양파에 국한된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정책이나 다른 형태로 외국산이 일단 국내시장에 자리 잡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다른 품목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또 다시 양파의 TRQ 수입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수입 농산물이 진짜 잡는 것은 물가가 아닌 농민, 나아가 한국 농업의 경쟁력은 아닌지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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