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눈덩이' 토종 OTT 비상사태… 탈출구 모색

양진원 기자 2023. 5. 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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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위기의 OTT]①부상하는 글로벌 진출… 경쟁력 확보 어떻게

[편집자주]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위해 몇 년 동안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늘어나는 제작비에 비해 구독자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없다. 토종 OTT 기업들은 많은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특색 있는 드라마나 영화, 예능 제작에 집중해 비용 효율화를 꾀한다. 정부 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콘텐츠 강국의 꿈을 이루려면 국내 OTT 사업자들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전례 없는 위기 국면에 콘텐츠 투자 전략을 다시 짤 예정이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토종 OTT, 투자 전략 재검토… 출구 고심
② 밑빠진 독에 물 붓기… OTT, 영업적자 역대 최대
③ 고사 직전 OTT, 정부 지원 '절실'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비상 경영에 나섰다. 해외 OTT 가세로 치열해진 시장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실탄을 쏟았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한 까닭이다. 투자 규모를 줄이고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한다. 해외시장 공략과 플랫폼 통합 논의까지 재점화됐다.


'고난의 시기' 토종 OTT, 양보단 질로 승부


이태현 웨이브 대표(오른쪽)가 지난 4월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3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 자사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웨이브
지난해 토종 OTT 회사들에겐 고난의 연속이었다. 티빙과 웨이브, 왓챠 등 토종 OTT 3사의 합계 영업손실은 2964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구독자 유치에 힘썼지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해외 OTT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길복순',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등 굵직한 작품들이 국내 소비자들의 뇌리를 스쳐 갈 동안 국내 OTT들은 대중에 각인될 만한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다. OTT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전력한 것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내 OTT들은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저마다 콘텐츠를 쏟아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피지컬: 100'이나 '더 글로리'에 비해 화제성이나 작품성, 주목도에서 밀린다. 나빠지는 실적 앞에 국내 OTT들은 무작정 콘텐츠 수를 늘리기보다 작품의 '소수 정예화'를 꾀하고 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지난 4월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3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를 통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올해 오리지널 라인업을 6~7개로 줄이고 비용 효율성이 높은 콘텐츠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태현 대표는 "매년 1000억원가량 콘텐츠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시장 환경이 쉽지 않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티빙 역시 2021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3년 동안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적자 폭이 커지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 유료 구독자 수 목표가 500만명이지만 지난해 목표인 400만명도 채우지 못한 현실에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분석이다.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티빙 유료 가입자 수 500만명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티빙이 1분기 적자 400억원을 내면서 비용 효율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왓챠는 매각설도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업계 자금줄이 말라붙은 여파다. 지난해 여름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해외 진출 나선 토종 OTT, 성과내려면 '규모의 경제' 필요


웨이브가 인수한 미주지역 플랫폼 코코와 이미지 . /사진=웨이브
시선은 해외로 쏠린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미주지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해 세계 무대로 진출한다. 이태현 대표는 "국내 시장만으로 턴어라운드는 어렵다"며 "현재 코코와는 백만 명 이하의 사용자를 보유했지만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 3년 동안 사용자 수를 2~4배 늘릴 수 있다면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것이고 남미와 유럽으로도 확대할 것"이라며 "아시아·중동 지역은 1인당 평균 매출액(ARPPU)이 적어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과 주문형비디오(AVOD) 모델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티빙은 해외 OTT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개설해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티빙 구독료만 내면 티빙과 파라마운트 콘텐츠 모두 시청할 수 있다. 양시권 티빙 콘텐츠사업 리더는 "해외에 판매된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며 "파라마운트+와의 지속적인 협업은 글로벌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했던 왓챠는 미국 시장 진출을 조심스레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OTT가 버티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국내 OTT가 통할지는 알 수 없다.

지지부진했던 '플랫폼 통합' 논의도 탄력을 받는다. 국내 OTT들이 플랫폼을 통합해 구독자 범위를 해외로 넓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의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3월 "웨이브 콘텐츠가 재미있으면 웨이브에 가입하고 티빙이 재미있으면 티빙에 가입하는 지금은 유저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다"며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몸집을 키워 세계 무대에 나선다면 넷플릭스와의 경쟁도 가능하다고 본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교수 역시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OTT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 정책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자율등급제와 콘텐츠 제작비 세제지원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부족하다"며 "국내 기업을 묶은 연합 플랫폼을 만들어 해외진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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