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생후 1개월' 학대한 친부…왜 형 집행이 유예됐나?

김혜지 기자 2023. 5.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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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운다고 주먹으로 머리 치고, 아내와 다투다 바닥에 내동댕이
아동학대중상해 등 혐의 2심도 '집유'…법원 "화목한 가정 꾸릴 기회"
ⓒ News1 DB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전북 익산시에서 사는 A씨(30)와 B씨(23·여) 부부는 지난해 큰 선물을 받았다. 기다렸던 아이가 무사히 태어난 것이다. 새 식구가 생긴 이들 부부는 앞으로 행복만이 가득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첫아이를 얻은 축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육아가 무거운 짐처럼 다가왔다. A씨의 스트레스는 점점 심해졌다. A씨는 자신의 뜻대로 안 되는 C군을 볼 때마다 화가 치솟았다. 돌봐야겠다는 생각보다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게 다반사였다.

사달이 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생후 1개월도 채 안 된 C군의 양팔과 상반신을 복대로 세게 묶었다. C군이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긁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C군은 양팔의 핏줄이 터졌다.

하지만 A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A씨는 C군이 우는 것조차도 듣고 싶지 않았다.

A씨는 그해 7월5일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C군이 잠들지 않고 울자 주먹으로 C군의 정수리를 때렸다. 그럼에도 C군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A씨는 왼쪽 머리 부위를 주먹으로 재차 때렸다. A씨의 이러한 폭행을 본 아내 B씨는 말리지 않았다. 그저 방관할 뿐이었다.

A씨는 더 나아가 C군에게 화풀이를 했다. A씨는 B씨와 말다툼을 하다 감정이 격해졌고, 자신의 품에 안겨있던 C군을 바닥에 있던 매트리스를 향해 내동댕이쳤다.

말조차 할 수 없는 C군은 그저 울음만 터뜨릴 뿐이었다. 하지만 A씨의 C군에 대한 학대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A씨는 그해 7월26일 새벽 무렵, C군이 침대 위에서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C군의 정수리를 피가 날 때까지 이로 깨물었다. C군은 결국 두개골 골절 및 뇌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지속적인 학대행위가 드러나면서 결국 이들 부부는 수사를 받게 됐다. 그리고 A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중상해) 등 혐의로, B씨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됐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지난해 12월8일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는 부모로서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아 C군이 그간 받았을 고통과 상처들을 생각한다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C군을 적극적으로 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데다 가족들 사이의 유대관계, B씨의 어머니가 피고인들과 함께 피해자를 양육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 어머니가 공판기일에 C군과 법정에 출석했을 당시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특이사항이 관찰되지 않은 점 △A씨가 잠시 C군을 안았는데 특별히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9일 "A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성행 개선을 다짐하고 있는 데다 부부가 공동으로 C군을 양육해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상황"이라며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사회 내에서 자녀를 올바르게 보호·양육하면서 건전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 번 부여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 "원심이 정한 주형이 양형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까지 보이지 않는다"며 "집행유예 참작 사유 또한 뚜렷한 주요 부정요소를 발견할 수 없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하고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 등 일반 긍정 요소들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집행유예를 선택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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