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7년 전 여성 성추행 맞다” 66억 배상 평결

'1996년 성폭행' 민사 소송서 성추행 인정
500만 달러 피해 보상 평결…트럼프 반발

8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법에서 27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원고와 피고 측 변호인이 최후변론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법원에서 원고 E.진 캐럴(오른쪽)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 조 태커피나의 최후변론을 듣고 있는 모습.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폭행 의혹 관련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력이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판이 공정하지 못했다고 반발했고, 항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미 AP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뉴욕 남부연방지법 배심원단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를 제기한 E. 진 캐럴(79)에 대해 ‘성폭행은 증명되지 않았지만 성추행은 있었다’고 판단했다.

앞서 캐럴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남성 6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캐럴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폭행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하고 폭행했다는 캐럴의 주장은 사실에 부합한다고 봤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캐럴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 이번 평결은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자 (미국의) 불명예”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 역시 이번 평결이 잘못됐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도 2016년 성추문 의혹 입막음을 위해 성인배우에게 돈을 지급한 혐의로 형사 기소된 바 있다. 미국 역사상 전ㆍ현직 대통령의 첫 형사 기소 불명예로 기록되기도 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