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좋은 일 뭐하러?"…트럼프계가 목줄 쥔 美부채 [뉴욕마감]
미국의 연방부채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증시에도 압박감을 주기 시작했다. 뉴욕증시는 부채한도가 어차피 인상될 거라고 낙관하지만 협상지연 여파가 불똥을 튀기지 않을까 못내 우려하는 모습이다. 3대지수는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9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56.88포인트(0.17%) 하락한 33,561.81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18.95포인트(0.46%) 내린 4,119.17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77.36포인트(0.63%) 하락한 12,179.55에 거래를 마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장이 마감되는 오후 4시부터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나 부채한도 협상을 논의한다. 민주당 출신 바이든과 공화당 소속 매카시는 부채한도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조건없이 부채한도를 늘려달라는 바이든과 정부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의회에서 협조할 수 없다고 버티는 맥카시의 대립은 평행선을 달린다. 매카시 입장에선 내년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자신이 모시던 공화당 출신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 한 건(?) 해야 한다. 재정으로 선심을 쓰면서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 바이든에게 유리한 결정을 쉽게 내어줄 리가 만무하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이번 대립은 일등공신이 될 찬스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부채한도가 6월 1일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며 조속한 의회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지난 8일 CNBC 인터뷰에서 "부채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경제적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방은행 공매도 공격에 대해 "공매도 금지는 고려하지 않으며 그를 제한했을 때 상황이 개선될 지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에버코어ISI는 바이든과 맥카시의 영수회담으로도 부채한도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거라고 비관했다. 토빈 마커스는 "양측이 양보할 조짐이 없기 때문에 시한이 가까워져야만 논의가 진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커스는 "민주당은 공화당이 (지출삭감 주장을) 접고 깨끗한 인상을 받아들이라며 여전히 파고들고 있다"며 "양측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벼랑 끝이 가까워질 때까지 노려보는 경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협상이 벼랑 끝으로 달리면서 단기 국채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미국 국채 트레저리빌은 모조리 금리가 5%를 넘어섰다. 미국이 2~3개월 내에 부채한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단기적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초단기물 재정증권이 시장의 외면을 받는 것이다.
이날 지수보다는 개별주 진폭이 두드러졌다. 소프트웨어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1분기 실적이 추정치를 넘어서고 연간 수익성이 개선될 거라고 발표하면서 23.39% 폭등했다. 알렉스 카프 CEO는 새 인공지능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몬드 제임스는 이런 팔란티어를 강력매수 등급으로 재평가하면서 경쟁사 대비 AI플랫폼이 수년 이상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팔란티어는 1분기에 매출이 5억2500만 달러로 예상치 5억6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주당이익도 4센트가 아닌 5센트를 기록했다. 이날 종가기준 9.55달러인 주가는 15달러까지 상승할 거로 봤다.
레드번은 스포티파이가 모든 산업을 재편하는 AI 혼란의 승자가 될 거라고 추천했다. 레드번 애널리스트 아그네즈카 푸스툴라는 "저작권법의 강화와 함께 스포티파이가 독립적인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저작권 침해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음반 레이블과 협상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스포티파이는 0.57% 하락해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스타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아인혼은 독일 자동차 부품사 비테스코(Vitesco Technologies)를 강하게 추천했다. 그린라이트캐피탈의 아인혼은 "비테스코는 유럽 중형주로 전 세계 약 5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수가 3만8000명으로 사업적 측면에서 전망이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아인혼은 독일에서 거래되는 비테스코가 세계 자동차 부품사 중에 가장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3년 내에 AI 서비스 개선으로 회사 수익을 2~3배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크 모어들러는 AI 서비스가 MS의 잉여현금흐름을 크게 개선시켜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MS 주가는 0.53% 내렸다.
생명공학 주식 노바백스는 이날 백신 데이터와 대규모 정리해고를 포함한 주요 비용 절감계획을 밝혔다. 이날 감원 소식에 장중 44% 급등했던 주가는 장 마감에는 27.79% 상승으로 마무리됐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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