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자꾸 깜박깜박…'경도인지장애' 신호일 수도
치매 예방 위해서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면밀한 관리 필요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나이가 들면 뇌 기능이 약해져 일상적으로 깜빡깜빡하는 증상 등 기억력 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이를 건망증이라고 여겨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중앙치매센터 자료를 보면 국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019년 196만명에서 2021년 254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방치하면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일반 노인 대비 3배가량 높아진다. 전문가는 건망증이겠거니 단정 짓지 말고 늦기 전에 병원을 들러 전문 검사를 받아보라고 당부한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중 53%가 기억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에 내원한 경험이 있었다. 기억장애를 경험하더라도 객관적 검사상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지만 병원에 방문할 정도로 스스로 기억장애를 느끼는 사람에게 실제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대한치매학회의 정책이사이기도 한 최호진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10일 뉴스1에 "그러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약 5~15배까지 높게 나타난다. 이전보다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계속 떨어진다고 느낄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란 같은 연령대보다 인지기능은 떨어지지만, 아직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이 없어 치매는 아닌 상태다. 최근 일을 기억 못 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면 의심해야 한다. 약속 시간이나 익숙하던 장소가 헷갈리거나, 자주 쓰던 물건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것도 의심 증상이다.
최호진 교수는 "이해력이나 표현력이 떨어지는 언어 능력 저하도 경도인지장애 증상 중 하나"라며 "초기에는 주위 사람들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소하더라도 변화가 지속적으로 느껴진다면 진지하게 질환을 의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경도인지장애를 발견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이때가 치매로 가는 길목을 막을 수 있는 시기라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치매로 진행되고 있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한다면 인지기능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비약물 치료인 인지 중재치료의 효과가 발표되고 새로 등장한 치매 약물인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치료제가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환자에서 인지기능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게 확인되면서 치매 예방을 위해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관리하는 게 중요해졌다.
다만 아직 국민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치매학회가 지난 2022년 8월 전국 17개 시도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58%는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도 없고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응답자가 73%에 달했다. 또한 65%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없고, 진단을 위해 검사가 필요하다는 부분도 88%가 필요한지 몰랐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를 촉진하는 원인을 알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 진행을 촉진하는 위험 인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도인지장애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으로 나타나는 건망증과 증상이 비슷해, 질환을 구분하는 게 특히 어렵다. 기억력 저하가 있을 때 힌트를 줘도 내용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증상이 지속될 경우 너무 늦기 전에 병원을 방문해 전문적인 검사를 받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검사 후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다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치료를 예방할 수 있다. 의료진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 치매 위험 요인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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