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부동산] 270만호 공급 로드맵, 실현 가능성에 의문… “공급실기 반복해선 안돼”

조은임 기자 2023. 5.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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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기 신도시 추진 속도내야 “중장기 공급안”
재초환·선교통 등 해결해야 “공급 실기 없어야”

1년 전 윤석열 정부는 대대적인 ‘공급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7년까지 총 270만호를 공급해 주거안정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 계획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대대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한 3기 신도시 조성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속도조절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의 경우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리모델링 사업단지와의 갈등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공급에 실기(失期)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당장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2~3년 뒤 공급부족발(發) 가격상승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3기 신도시를 통한 공급은 당장의 주택경기, 미분양 등을 의식하기보다는 중장기 공급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네 번째)이 9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중동 부천아트센터 열린 '부천 중동 신도시·원도심 정비 사업 기본업무 협약식'에서 참석한 뒤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주택경기 침체에 ‘공급 속도조절론’ 대두되지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2021년 10월 정점을 찍은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깊은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서울 기준 월 3000건에 가까운 거래량을 기록하면서 거래회복의 기미는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가격이 급락한 지역의 급매 중심으로 거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권 출범부터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던 윤석열 정부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주택경기 연착륙을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 중인 와중에 자칫 공급에 속도를 내다가는 주택가격의 급락이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지난해 8월 2027년까지 서울 50만호, 정비사업 52만호, 공공택지 88만호 등을 포함해 총 27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로 270만호 공급 전망은 다소 어두워졌다. 정부는 전 정부와 달리 민간 건설사의 참여를 확대해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도 곳곳 정비사업장에서 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 4월 분양예정물량은 1년 전보다 77% 많은 3만102가구 였지만 실제로 분양된 것은 총 1만1898가구로 공급실적률이 43%에 그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년 이상의 가격조정과 거래위축이 지속되고 있고 자금조달이자 부담에 미분양 7만호 적체 현상 등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시장의 현황과 수요가 잔존한 지역들에 대한 수급 안배 등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양주 왕숙 조감도./LH 제공

◇1·3기 신도시 등 ‘긴 호흡’ 갖고 제때 공급해야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중장기 공급 프로젝트인 1·3기 신도시를 통한 공급만큼은 제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기 신도시는 과거 노태우 정부가 수도권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5곳에 조성한 약 30만 가구 계획도시로, 1989년 착공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대부분 넘어선 상태다.

정부는 지난 3월 노후계획도시정비 특별법을 발의해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완화, 용적률 상향 등 규제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의존하고 있어 국토교통부는 정비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시행령 제정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가 가장 큰 벽이다. 이는 1기 신도시 뿐만 아니라 압구정, 목동, 여의도 등 서울내 재건축 사업 추진에서도 큰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그간 재건축에 속도가 나지 않아 리모델링이 추진돼온 단지가 많은 점, 정부에서 통합 재건축을 언급한 점 등도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로 손꼽힌다.

3기 신도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3분기 내 고양창릉과 남양주왕숙 등 4곳의 착공을 목표로 밝히며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생각만큼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지역자체단지들이 위례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선(先)교통 후(後)입주’를 강조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잡음이 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것이 경기도 남양주시 수석동과 하남시 미사동을 연결하는 수석대교다. 하남시가 건립을 반대하면서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40대 이하 가구 중 절반 이상은 무주택자로 신축공급은 항상 원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3기 신도시에서 서두르는 감이 별로 없는데, 그러다 실기하는 게 공급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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