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요금 담합”… SKT·KT·LGU+, 5G 중간요금제 차이가 없네
30~120GB 구간 나눴지만, 여전히 6만~7만원대
소비자단체 “단가 그대로 유지, 소비자 선택권 제한”
”단가 의무적으로 안내하고, 후불 요금제 내놔야” 주장도
통신 3사가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발맞춰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사실상 요금제 담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사가 새롭게 출시한 5G 중간요금제의 1기가바이트(GB)당 단가가 비슷하고, 데이터 제공량이 클수록 단가가 떨어지는 요금 구조가 판박이처럼 닮아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쟁을 부추겨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이 통신 3사의 ‘요금제 담합’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총 11종의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회사별로는 SK텔레콤 4종, KT 3종, LG유플러스 4종이다. 온라인 전용 가입 상품과 청년·시니어 요금제를 포함하면 통신 3사가 새롭게 출시한 5G 중간요금제는 20개가 넘는다. 이에 따라 통신 3사가 판매하는 전체 5G 요금제는 70개를 넘었다. 5G 중간요금제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최소 3GB부터 최대 125GB까지 10GB 단위로 5G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초까지 10GB 이하, 100GB 이상 5G 요금제만 내놨다. 5G 서비스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3~29GB 수준이라 5G 중간요금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통신 3사는 지난해 8월 24~31GB 구간의 5G 중간요금제를 내놨지만 여전히 30GB 이상 요금제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통신비 부담 낮췄다” 자평에도… 여전히 월 6만~7만원대 요금 비싸
SK텔레콤은 지난달 12일 37GB(6만2000원), 54GB(6만4000원), 74GB(6만6000원) 99GB(6만8000원) 5G 중간요금제를 새롭게 신설했다. 뒤를 이어 LG유플러스가 50GB(6만3000원), 80GB(6만6000원), 95GB(6만8000원), 125GB(7만원) 요금제를 내놨고, KT는 마지막으로 50GB(6만3000원), 70GB(6만5000원), 90GB(6만7000원) 등으로 세분화된 5G 중간요금제를 선보였다.
통신 3사는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통신비가 매월 1만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청소년, 청년, 시니어 가입자에 최적화된 5G 중간요금제를 통해 가계 통신비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 통신비 부담이 낮아졌다”라고 했고, KT도 “5G 중간요금제는 합리적인 가격에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선택지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신 3사의 5G 중간요금제 가격이 6만~7만원대로 책정돼 있고, 요금제별 1GB당 단가 차이가 심해 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출시된 5G 중간요금제 역시 기존 요금제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고가 요금제의 1GB당 단가가 더 저렴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결국 소비자들이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통신사들이 중간요금제를 설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요금·데이터·1GB당 단가 비슷하게 설계… “쓴 만큼 내는 후불제 필요”
실제 기본 제공 데이터만 놓고 비교하면 1GB당 단가가 가장 낮은 5G 중간요금제는 월 사용료가 가장 비싼 LG유플러스의 125GB(7만원) 요금제다. 전체 5G 중간요금제 평균 1GB당 단가도 LG유플러스가 840원으로 가장 낮다.
반면 1GB당 단가가 가장 높은 요금제는 월 사용료가 가장 저렴한 SK텔레콤의 37GB(6만2000원) 요금제다. SK텔레콤 37GB 요금제의 1GB당 단가는 1676원으로 LG유플러스 125GB 요금제 대비 3배 가까이 높다. SK텔레콤의 5G 중간요금제 평균 1GB당 단가는 1110원으로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높다.
KT의 경우 데이터 제공량 20GB가 늘어날 때 요금도 2000원이 올라가도록 요금제를 설계했지만, 전체 5G 중간요금제 평균 1GB당 단가는 978원으로 경쟁사 대비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50GB 요금제의 경우 1GB당 단가가 1260원으로 같은 용량의 LG유플러스 5G 중간요금제와 똑같이 맞췄다.
소비자들은 통신 3사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사실상의 담합이자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요금부터 데이터 제공량, 1GB당 단가를 비슷하게 설계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통신 3사는 꼼수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철회하고,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월 3만원대 중간요금제를 내놔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1GB당 단가를 의무적으로 안내하고,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 후불 요금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통신요금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대안을 요구하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을 알고 있다”라며 “통신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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