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부영-화순군청, ‘상생 전략’ 통했다... “지자체 ‘만원아파트’ 인기”
화순군, 부영 아파트 임대 후 재임대
임대료 월 1만원… 인테리어 비용, 부영이 부담
전남 화순군과 민간 건설사 부영이 손잡고 진행한 ‘1만원 임대주택 지원 사업(이른바 만원아파트)’이 경쟁률 10대 1을 넘기며 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 화순군은 주민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부영은 지방 공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지자체와 건설사가 협력한 ‘모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화순군청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마감된 ‘2023년 화순군 청년 및 신혼부부 만원 임대주택 지원사업’에 5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올 상반기 공급 물량은 50가구인데, 10배가 넘는 인원이 신청한 것이다. 이번 임대주택 지원 사업은 화순군과 부영이 손을 잡고 추진하는 ‘상생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주택 공급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부영이 직접시공한 화순군 소재의 임대 전용 아파트를 임대료 4800만원에 화순군에게 임대한다. 화순군은 이를 청년과 신혼부부 등 입주자에게 월 1만원에 임대한다. 화순군이 전세를 얻어 이를 다시 전세로 내주는 ‘전전세’인 셈이다.
전전세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아파트의 공실을 활용해 주택을 실수요자에게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직접 지어 제공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화순군은 이달 중 1차 신청자를 모집해 오는 7월에 공급할 예정이다. 임차인이 빠지면 지자체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때문에 다음 임차인의 예산 부담이 없다.
대신 입주자는 매달 임대료 1만원을 화순군에 지불하면 된다. 관리비 등은 별도다. 입주 기간은 2년이며, 최장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지원 자격은 만 18세~49세 이하 무주택 청년과 7년 이내 신혼부부다. 연 공급 물량 100가구 중 50가구만 ‘화순군 거주자’에게 임대한다는 점에서 타지로부터의 인구 유입 가능성도 높다.
만원 아파트로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곳은 화순군 화순읍 신기리에 위치한 부영6차아파트다. 부영6차는 지난 1998년 준공됐다. 부영6차 인근에 위치한 부영1차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화순군은 청년 인구 유출로 인한 지방소멸 우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화순군 내 2030세대 인구는 1만1013명으로 전년(1만1370명) 대비 257명 줄었다. 이에 화순군이 먼저 부영에 ‘만원 아파트’ 사업을 제시했고, 부영은 지방 아파트 공실률 해결은 물론 지자체 인구 소멸 대응 취지에 십분 공감해 손을 잡게 됐다. 인테리어 비용도 부영이 댄다.
부영 관계자는 “사업의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화순군의 청년 신혼부부 우대정책을 기업 입장에서 협력하고 싶었다”며 “타 시군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에 발맞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지자체와 건설사의 상생 모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를 벤치마킹 하려는 전국의 지자체들의 문의 전화도 쏟아지고 있다. 당초 지자체들은 주거지원 정책으로 보증금 지원이나 무이자 융자 등을 진행해왔지만, 그동안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화순군청 도시과 관계자는 “전라남도 소재 13개 시·군에서 전부 문의했다고 보면 된다. 또 인구 유출 우려가 적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강원도나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며 “주로 어떻게 지자체가 100%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로 진행하는지, 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협의하는지 등을 문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멸 위험 지역끼리 경쟁이 붙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원 아파트 지원자 다수가 화순군 인근 지역인 광주광역시나 남원시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만원 아파트는 지방 소멸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자칫 비슷한 처지의 지역끼리 유사한 정책으로 인구 유출 경쟁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며 “수도권에 밀집된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상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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