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앞에 칭따오’... 反中 모르는 中맥주, 올해도 수입맥주 1위 수성

유진우 기자 2023. 5.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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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인 일본산 맥주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이 4년 전 노(No) 재팬(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무색할 만큼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일본 맥주는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입량이 무려 149% 뛰었다.

그러나 여전히 압도적인 수치로 수입 맥주 시장 1위를 기록하는 국가는 따로 있다. 중국이다.

10일 관세청 수출입물류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량은 8400톤(t)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맥주는 1만5600톤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일본 맥주가 올해 들어 모처럼 우리나라 시장에서 분전했지만, 아직 중국 맥주에 비하면 수입량은 53%에 그친다.

중국 맥주가 1분기 추세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중국 맥주의 해’가 될 전망이다. 보통 맥주 업계는 성수기로 여름을 꼽는다. 반면 겨울은 상대적인 비수기다. 이 때문에 계절적 요인이 거의 작용하지 않는 1분기 수치가 한 해 수입 추이를 예측하는 주된 자료로 쓰인다.

올해 1분기 중국 맥주 수입량 1만5600톤에 산술적으로 4배를 곱하면 6만2000톤이 넘는다. 역대 중국 맥주 수입량 기록이었던 2019년 5만8200톤을 껑충 뛰어넘는 기록이다.

중국 맥주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맥주는 일본 맥주 3병이 팔릴 때 1병을 겨우 팔 정도로 열세였다.

그러나 중국 맥주는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서서히 점유율을 넓히기 시작했다. 2017년 들어선 일본 맥주 3병이 팔리면 중국 맥주도 2병은 팔리는 수준까지 쫓아왔다.

국내에 양꼬치 전문점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0년 313개였던 서울 시내 양꼬치 전문점은 2017년 643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중국 대표 맥주 자리를 지키는 칭따오(青岛)가 이때부터 ‘양꼬치에는 칭따오’라는 광고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래픽=손민균

더 극적인 변화는 2019년 찾아왔다. 당시 일본 맥주는 노 재팬 운동이 한국 사회를 휩쓸기 시작하자, 한국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2018년 8만6700톤까지 올랐던 일본 맥주 수입량은 2020년 팬데믹까지 겹치며 6500톤으로 줄었다. 93%가 사라진 셈이다.

반면 중국 맥주는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 이름하여 ‘마라탕 시대’가 열린 때가 이 무렵이다. 2018년 전국적으로 4개에 불과했던 마라탕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2020년 30여 개로 8배 가까이 늘었다.

2019년 처음으로 수입량에서 일본 맥주를 앞서기 시작한 중국 맥주는 팬데믹 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만 톤이 넘는 수입량을 유지했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에 비해 오히려 2021년 수입량이 늘어날 정도였다.

마침내 지난해 중국은 우리나라 수입 맥주 1위 자리를 꿰찼다. 하이네켄으로 기존 1위였던 네덜란드를 밀어낸 결과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맥주는 반중 정서 같은 정치적 이슈, 혹은 계절 변화로 매출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판매망과 두꺼운 소비층을 구성했다.

이자카야 같은 촘촘한 공급망을 확보했지만, 막상 노 재팬 같은 불매 운동이 닥치자 수입량이 급감했던 일본 맥주와 다른 대목이다.

중국 맥주는 브랜드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수입량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음식점을 포함한 유흥 채널에서 팔린다. 중국 맥주를 주로 취급하는 중식(中食) 전문점은 일식(日食) 전문점에 비해 소비자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쓰는 비용은 낮지만, 지지(支持) 고객과 옹호 고객 계층이 뚜렷한 편이다.

재한동포총연합회 관계자는 “중국 음식과는 중국 맥주가 가장 잘 맞고, 중국 음식 전문점에 오면 한국 손님들도 중국 맥주를 찾기 때문에 다른 국가 맥주는 가져다 놓지 않는 식당이 많다”며 “다른 중국산 제품은 믿지 못한다는 손님들도 중국 맥주는 맛있게 마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중국 맥주 브랜드가 매년 늘어나는 것도 중국 맥주 매출이 늘어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칭따오가 중국 맥주 대명사로 통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설화(雪花) 맥주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설화 맥주는 지난해 여름부터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우리나라 시장에 진출한 하얼빈 맥주와 옌징(燕京) 맥주 역시 국내 중식 전문점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중국 맥주 브랜드들은 14억 명이 넘는 내수 시장과 100년 전 유럽인들이 전해주고 간 기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소규모 크래프트 맥주나 웬쟝(原浆) 맥주 같은 고급 맥주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을 만큼 질적(質的)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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