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 대통령, 박근혜 수사·학습 효과로 서둘러 친윤 지도부 꾸렸다”[박주연의 색다른 인터뷰]
권성동, 인수위와 소통해 검수완박 수용했다가 뒤통수 맞아
윤핵관은 대통령의 행동대장…공천 개입 논란 그러다 터진 것
내년 총선 확실히 출마…나에게 공천 주니 안 주니 장난 말라
금태섭 전 의원과 신당 얘기한 적 없어…생각이 너무 다르다
한동훈 장관, 총선 생각 없다면 정치적으로 비칠 행보 했을까
이재명이 범죄자라 안 만나? 트럼프 대통령 되면 안 만날 건가
지난 4일 전남 순천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38)를 만났다. 비가 내리는 순천역으로 마중 나온 그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순천에 머물며 매주 세 번 중2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입문 전 해온 교육봉사활동(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의 연장이라고 했다.
지역민들은 그를 환대하는 눈치다. 그와 함께 들어선 카페에서는 처음 만난 노신사가 커피값을 대신 계산했다. 늦은 점심식사를 하러 들른 웃장시장 안 국밥집에선 50~60대 남성들이 환호하며 앞다퉈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이 전 대표가 호남에 쏟은 정성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는 2021년 6월 헌정사상 최초로 30대에 ‘최연소·0선’의 제1야당 대표가 됐다. 대선과 지방선거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1년6개월 중징계를 받고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당대표에 오른 지 1년4개월 만이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똑똑하고 의지가 강하다는 호평과 자기애가 과해 ‘재승박덕’ 스타일이라는 혹평이 공존한다. 그는 ‘정치라는 링에 같이 오른 이상 나이 따위로 가늠하는 서열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언행에 거침이 없다.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인터뷰는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창당을 공표한 신당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 금태섭 전 의원이 만드는 제3지대 신당에는 정말 합류하지 않을 건가요.
“금 의원과 만나서 이야기해본 적도 없습니다.”
-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대권 도전을 준비하려면 금 전 의원을 만나보라고 권했다면서요.
“3년 전부터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제가 안 만나는 거예요.”
- 왜요.
“생각이 많이 다르니까요. 정책 관점도 다르고요. 저는 무엇보다 금 의원이 추구하는 지향성이 뭔지 모르겠어요. 안철수 캠프에 있다가 합당 후 민주당에 남아 배지를 달았고, 민주당에서 공천을 못 받으니 국민의힘 쪽으로 왔어요. 국민의힘에서 안 되니까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하고요. 차선을 여러 번 변경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명확한 설명이 없어요. 주류(국민의힘, 민주당) 지향성인지 비주류(신당) 지향성인지조차 불분명해요. 방향성이 왜 중요하냐면, 나이 든 사람은 (기질이) 절대 안 바뀌거든요.”
- 직접 만나서 물어보면 되지 않습니까.
“의미가 없어요.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정도의 정치 행보를 하려면 대중을 상대로 설득해야 하는 것이지, 저와 만나서 쏙딱쏙딱 오케이할 일이 아니에요.”
- 내년 총선에는 반드시 출마할 건가요.
“확실히 출마합니다.”
- 노원병?
“노원병에 출마해 당선되는 게 상수이기는 하죠.”
-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요.
“대통령의 똥줄이 타느냐 안 타느냐의 문제예요. 보수 지지자들의 기대와 달리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후 1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내부총질밖에 없어요.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날렸잖아요. 보수쪽만 싹 다 잡아죽여 보수의 절멸로 가고 있어요. 선거를 지휘해본 사람이면 이 상태로 선거를 치를 수도 없어요. 총선에서 질 게 확실해지면 똥줄이 타겠죠. (내가) 대선과 지선을 승리로 이끈 게 얼마나 큰 성과인데, 대통령은 가볍게 생각하는 거예요.”
- 이대로 가면 총선을 망칠 거라는 의미군요.
“저한테 공천을 주니 안 주니 장난치지 말라는 얘기예요. 과거에 유승민 의원을 죽이려다 자기가 죽은 게 박근혜 대통령이잖아요(2016년 새누리당 총선 공천 개입 혐의로 2018년 7월 징역 2년 선고받음). 권력을 쥔 사람이 작정하면 못 말려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그거 말려보려고 옥새 파동 일으킨 거잖아요. 선거 패배는 당대표에게 사망선고니까요. 정치행로까지 막혀요. 그래서 저는 김기현 대표도 한 번은 (대통령에게) 반항할 거라고 봐요. 이래도 저래도 죽는 상황일 테니.”
- 무소속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나요.
“저는 어떤 것도 미리 고민하지 않아요. 알릴 필요도 없고요.”
-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국민의힘이 정상화돼 정신 못 차리는 반란군들을 빨리 제압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지요. 윤핵관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고 봅니까.
“윤핵관이 힘이 있는 게 아니에요. 대통령이 뉘앙스로 신호를 주면 윤핵관이 움직이는 거죠. 즉 윤핵관은 컨트롤타워가 아니고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실행하는 행동대장들이에요. 가르마를 타는 것은 대통령이고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공천 개입 발언 논란도 그러다 사고가 난 거라고 봐요.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계속 터질 거예요.”
최근 한 언론사가 공개한 녹음파일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3월9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한·일관계 옹호 발언을 하면 공천은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과 태 의원, 당 지도부는 내용을 부인했지만 대통령실이 연루된 민감한 ‘공천 문제’여서 파장이 컸다. 지난 8일 당 윤리위원회는 태영호 의원과 함께 각종 설화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심의했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10일 재심의를 예고했다.
- 공천 발언 의혹의 진실은 뭘까요.
“복수의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태 의원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있었기 때문에 태 의원이 공천을 걱정하는 거죠. 용산의 정무수석실까지 찾아가 공천 이야기를 했을 거고요. 그러자 이 수석이 그런 말을 했겠죠.”
- 태 의원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당 안팎의 의견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많은 국민은 태 의원이 그렇게 구체적인 말들을 지어내서 보좌진에게 말했을까 하는 의심을 갖고 있잖아요. 그러면 진상규명이 먼저죠. 이 수석이 정말 그런 말을 했으면 사실상 가해자잖아요. 태 의원은 오히려 협박성 멘트를 들은 거니까 욕먹을 일은 아니죠. 태 의원 본인이 과장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학폭을 당한 후 협박받아서 두려움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면 수사를 중단해야 하나요? 중징계를 받으면 태 의원은 가만히 있을까요? 천만에요. 생존본능밖에 없는 분인데…. 지도부가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했다면 이렇게 급히 윤리위로 갈 수 없어요.”
- 야당은 “공천 등을 미끼로 대통령실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면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이라며 공세를 폈어요.
“저는 대통령이 퇴임하면 (유승민·나경원·안철수를 주저앉힌)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때의 일과 이번 이진복 수석 건에 대해 민주당이나 시민단체가 당연히 고발할 거라고 봅니다.”
- 당에서 일어난 많은 일이 이 전 대표의 해석대로 대통령의 의중에서 시작됐다면, 대통령은 왜 서둘러 친윤 일색으로 지도부를 꾸렸다고 생각합니까.
“지난 1년간 대한민국 정치의 불행은 윤 대통령의 경험과 학습 효과에 따른 거예요. 본인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많은 사람을 수사했잖아요.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박 대통령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봤어요. 그에 앞서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것도 목격했고요. 그러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렇게 안 되도록 하는 방법에 굉장히 신경을 쓸 거예요.”
- 배신당하지 않기 위한 방법 말인가요.
“형사적 측면과 정무적 측면이 있겠죠. 형사적 측면에서는 나중에 책잡힐 일이 기록으로 남으면 안 되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어떤 기록들이 훗날 대통령의 목을 치는지 아니까요. 또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유승민·김무성 의원을 죽이지 않아서 탄핵됐다고 보는 것 같아요.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려면 새누리당 의원 29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했는데, 탄핵안 가결 후 두 사람 주도로 창당한 바른정당 의석이 33석이었잖아요. 윤 대통령은 같은 일을 겪지 않으려면 자기 새끼들로 채워야 하고, 유승민·김무성처럼 핵이 될 사람은 미리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 추론의 근거는 뭔가요.
“제가 당대표로서 대화를 할 때도 윤 대통령은 늘 속내를 숨겼어요. 당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도 기록이 남을까봐 정확히 이야기를 안 합니다. 그래서 이준석이 없어야 하는 거죠. 그러고는 사무총장에 공동운명체 비슷한 이철규 의원을 앉혀놓는 거죠. 권성동 의원이 대통령한테 많이 당했어요.”
- 많이 당했다?
“작년 4월에 권 의원(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총대 메고 수용한 것으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인수위와 사전에 다 소통해서 결정한 거예요.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저한테 전화해서 이거 뒤집어야겠다고 말했어요. 권 의원이 뒤통수를 맞은 거죠. 지금 세종시나 관가에서 가장 많이 도는 이야기는 용산에서 뭘 하라고 지시하면 한 달을 묵혀놔야 한다는 거예요. 용산의 말이 쉽게 바뀌고, 뭔가 잘못되면 책임지지 않으니까요.”
-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몇석 정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합니까.
“180석보다 더 많은 의석을 야당에 내줄 수도 있다고 봐요. 국민의힘은 서울 강북지역에 낼 후보군이 없어요. 지난 지방선거 때 오세훈 시장이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승리했지만 구청장은 강북 위주로 8곳이나 민주당에 내줬어요. 보수정당의 가장 큰 딜레마예요. 2010년, 2014년, 2018년 지선에서 3연패 하다 보니 구청장에 출마할 급이 되는 사람이 없어요. 상대 후보에 비해 스펙이 확 떨어져요. 총선도 19대, 20대, 21대 때 강북에서 연패했어요. 또 당이 인재로 영입한 사람은 절대 강북에 안 나가요. 그런 악순환 때문에 사람이 없어요.”
- 총선 예측이 너무 박한 것 아닌가요. 민주당도 당대표 사법 리스크와 돈봉투 사건으로 바람 잘 날 없는데.
“선거에서 당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야당이 어떤 상태냐와 상관없이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이 어느 정도냐예요. 민주당이 싫으면 또 다른 야당을 찍어서라도 여당을 심판하는 게 국민이에요.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이고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60%대예요. 그 60%는 여당을 찍을 리 없어요.”
그는 “김건희 특검법 때문에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검은 앞으로 최장 8개월 숙려기간을 거쳐 연말연시에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그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지만 그럴 경우 이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을 훼손하는 일이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조회 때 교사가 지목하면 한 학생이 ‘기준!’ 하고 외쳤듯이 기준이 명확해야 해요. 대통령이 기준을 세우고 좌우로 정리한 후 그에 맞는 정책을 펴야만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요. 과거엔 보수가 호남 고립론만으로 60%를 거저먹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보수의 지형 자체가 좁아져 30~40%밖에 없어요. 적극적 확장 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예요. 지난 대선과 지선에선 호남과 젊은 세대가 더해져 승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금 30%의 핵심 지지층만 보고 그걸 기준으로 좌우 정렬을 하고 있으니 답답해요.”
- 총선을 앞두고 검사 출신 수십 명이 출마할 것이라는 검사 공천설이 끊이지 않아요. 특히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유력한 대구·경북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후보군까지 회자된다고 해요.
“그러려고 해도 쉽지 않을 거예요. 영남에서 누군가를 꽂아 안정적으로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는 TK(대구·경북) 25곳, 경남 10곳 정도예요. 당이 그곳에 검사들을 꽂는다면 영남 의원들 상당수는 무소속으로 나올 겁니다. 구청장 출신 등 직업이 정치인 사람이 많기 때문에 순순히 무너지지 않을 거거든요.”
- 본인은 부인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총선 차출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결단을 내리긴 쉽지 않겠지만, 나올 게 아니면 그렇게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행보들을 했을까요?”
- 어떤?
“유럽 출장길에 빨간색 표지의 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들고 있거나 가성비가 좋아 미국의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많이 사마시는 던킨 도너츠 커피를 든 채 승용차에서 내린다거나….”
- 한 장관이 출마한다면 어디로 나올 거라고 보나요.
“둘 중 하나라고 봐요. 총선을 지휘하려면 비례로 나오거나 강남으로 가거나. 아니면 진짜 험지로 나와서 내가 이렇게 총대 메는 데 너희들이 쉬운 곳으로 나가겠다는 거냐고 압박한다면 의미가 있죠.”
- 한 장관의 정치적 비전을 어떻게 보나요.
“윤 대통령과 어떻게 차별화된 메시지를 들고 나올 수 있겠는가가 관건이겠죠. 윤 대통령과 똑같이 법치, 공정, 상식의 메시지를 내세울 수는 없잖아요. 더구나 정권의 인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를 하겠다면 한 장관은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겁니다.”
그가 대표직을 박탈당한 것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중징계로 촉발됐다. 2022년 7월 윤리위는 성접대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관련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의결했다. 8월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추진했다. 그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10월 기각 판정을 받으며 대표직을 상실했다. 여기엔 ‘양두구육’ 등 소속 의원에게 모욕적·비난적 표현을 한 것이 해당행위로 규정돼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 징계가 결정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세간에선 윤 대통령과 깊어진 갈등으로 인해 윤핵관들에 의해 축출됐다는 시각이 많다.
- 당대표직을 박탈당했을 때 눈물까지 보였는데, 마음은 치유됐습니까.
“그저 저들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내부총질하는 당대표라며 체리따봉 날린 대통령 문자가 발각됐으면 유감이나 사과 표명을 해야지, 자기들 부끄러우니까 비대위로 가자는 게 정상인가요? ‘바이든 날리면’ 논란 때도 자기들이 부끄러우니까 오히려 MBC를 규제하고 이진복 수석 공천 발언 논란이 불거지니까 녹음 유출한 보좌진 색출한다는 거잖아요.”
- 대선 기간 중 두 번이나 선대위를 이탈(한 번은 보이콧, 한 번은 사퇴)했어요. 그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 아닌가요.
“그건 김기현 대표 같은 사람들의 관점이에요.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했다는 격이죠.”
- 다시 그 상황이 된다면 똑같이 행동할 건가요.
“그때 윤핵관들이 하는 대로 놔뒀으면 대선 패배했습니다.”
- 이준석 전 대표가 똑똑한 건 알겠는데 자기애가 너무 강하다, 싸가지가 없다, 이런 시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에 대한 싸가지 프레임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왜 의원들의 요구에 타협해주지 않느냐, 왜 조수진 같은 사람의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는 것이에요. 그런데 들어주면 망하는 요구들이 되게 많아요. 요컨대 자신들의 방식을 부정당한 사람들이 저에 대해 싸가지 없다고 하는 거죠. 보수진영의 전형적인 가해자 변명 논리예요. 제가 서초동 윤 대통령의 자택에 갔는데 장염에 걸려서 술을 거절해 대통령이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는데, 말이 안 돼요. 저는 그날 술을 왕창 마시고 돌아갔고 10년간 장염에 걸려본 적도 없어요.”
- 대통령의 대미, 대일 외교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저는 강제징용 같은 문제일수록 대통령이 방일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야당이 생각하는 해법을 물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대표라고 뭐 대단한 수가 있었겠느냐는 거죠. 만약 여야가 초당적으로 합의한 안을 들고 일본에 갈 수 있었다면 나았을 거예요. 그런데 윤 대통령은 이재명은 범죄자라는 인식을 갖고 안 만나잖아요. 모든 선출직은 일정 규모의 사람을 대변하는 자리예요. 당대표는 그 당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대변하는 위치죠. 그러면 예우를 해야 해요. 예컨대 트럼프가 여러 가지 혐의로 기소돼 있는데, 그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되면 안 만날 건가요?”
- 윤 대통령의 미국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어떻게 봤나요.
“시대를 관통하는 연설문은 상대가 듣기 좋은 이야기 70%,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30%를 섞는 거라고 생각해요.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미국인들이 좋아할 이야기가 거의 100%였어요. 왜 6·25, 인천상륙작전, 폐허, 미국인의 희생 등 우리가 그들의 도움을 받았던 이야기가 대부분인가요? 한국이 미국 국익과 안보 이익에 도움 준 일은 왜 다 빠져 있냐는 거죠. 노무현 대통령은 국내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미국의 안보 이익에 동참해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 파병을 결정했어요. 이라크전 파병 규모는 세계 3위였죠. 그런 내용을 수사적으로 유리하게 표현했다면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고, 미 의원들에게 한국이 경제적 최혜국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겠다는 정도의 인식을 심어줬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전 10시 시작한 인터뷰를 오후 3시에 마치고 이 전 대표와 함께 용산행 KTX에 올랐다. 그는 서울에서 여당 중진 의원과 저녁약속이 있다고 했다. 정치인 이준석의 시계는 다시 돌고 있다.
박주연 논설위원 jypark@kyungy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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