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가능하면 안 하거나 미루자"…주택 공급 부족, 부메랑 될라
분양 일정도 저울질…4월 분양 예정 단지 중 43%만 실제 분양
급격한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등으로 주거용 건물 착공이 3년 새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착공이 늘지 않고 현재 상황을 유지하거나 더 줄어들 경우 수년 후 주택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주택 가격 불안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거용 건축 착공 면적은 1870만㎡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624만㎡)의 71% 수준, 2021년 1분기(3107만㎡)와 비교하면 60% 수준으로 줄었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1분기 1만7045가구가 착공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만433가구)의 56%, 2년 전(4만7694가구)의 35%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주거용 건축 인허가와 착공은 주택 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은 인허가를 받은 뒤 착공과 분양을 거쳐 입주가 진행되는데 인허가 및 착공의 증가와 감소는 시간차를 두고 추후 분양과 입주 등 공급 증가와 감소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부담 증가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등 원가 인상 등을 착공 급감의 배경으로 꼽는다.
지난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이 얼어붙었던 때와 비교하면 다소 숨통은 트였지만 한때 대형 건설사의 부동산PF금리는 연 12% 수준, 수수료 평균 금리는 10%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건설사가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 건설 업계의 목소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잠정) 건설공사비지수는 151.11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3월(118.06) 대비 27.98% 올랐다.
금융 비용과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가 인상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서울 등 수도권 분양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민간아파트의 초기분양률은 98.0%, 수도권 초기분양률은 77.3%로 지난해 4분기보다 상승했지만, 전국 초기분양률은 49.5%로 지난해 4분기보다 9.2%포인트나 하락했다. 기타 지방 초기분양률은 29.5%로 전 분기보다 무려 31%포인트 급락했다.
예정됐던 분양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조사한 4월 분양 예정 단지는 2만7399가구였지만 실제 분양 된 물량은 1만1898가구로 43%에 그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금융 비용과 원자재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착공 당시에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사업장이 공사를 할수록 손해인 사업장이 되어버린 경우가 적지 않다"며 "부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지금 착공하고 원가를 반영해 분양가가 뛸 경우 이걸 다 소화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2월 대우건설이 울산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고개를 갸웃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평가해보면 당시 그 결정으로 수백 억 원에 달하는 추가 손실을 막은 셈이 됐다"며 "대우건설처럼 '손절할 사업장'이 있는지 추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착공 급감이 향후 주택공급 감소다. 시장 일각에서는 공급 급감에 따른 집값 불안 우려가 제기된다.
직방 함영진 랩장은 "최근 증가세가 주춤하긴 하지만 아직도 미분양이 7만 호에 달해있고 기준금리와 공급 과잉 우려 등이 줄어들지 않는 한 현재 상황이 단시간 내에 달라지긴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몇 년 후에는 지역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공급 부족이 바로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지는 금리 수준과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착공 급감에 따른 공급 문제 야기 우려를 모르지 않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간 기업이 자체 판단에 따른 사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등 원가 인상으로 신규 사업 진행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착공이 크게 줄어든 것"이라며 "착공 급감은 향후 신규 물량 감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시장에서 선도도가 높은 신축아파트에 대한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상황 등 거시경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한 건설사들이 움직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장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면서도 "최근 정책적으로 정비사업을 억제했던 서울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삼아 관련 정책을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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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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