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 안우진이 훨씬 잘해서"…'주마등' 처럼 스친 기억, 나균안이 만든 '인간승리'

2023. 5. 10.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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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팬분들 덕분입니다"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은 나균안은 입단 당시 '초고교급 포수'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포수로는 꽃을 피우지 못했고, 급기야 2020년 스프링캠프에서는 부상까지 당하면서 안 풀리는 날의 연속이었다. 여기서 나균안의 인생을 바꾸게 만드는 제안이 있었다. 바로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구단이 나균안에게 투수를 제안했던 것.

물론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균안은 부상이 나을 때까지 '투수 겸업'을 하면서 조금씩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2020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5경기에 등판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균안은 2021시즌 포수가 아닌 투수로 다시 한번 데뷔전을 갖는 등 1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을 기록했다.

성적이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투수로 준비했던 시간을 고려했을 때 나균안이 1군에서 거둔 성적은 분명 유의미했다. 그리고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39경기에 나서 3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의 경쟁을 통해 당당히 5선발 자리를 꿰찼다.

나균안의 2023시즌 출발은 완벽했다. 그는 첫 등판에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6⅔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첫 승을 신고했고, KT 위즈와 맞대결에서는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가장 고전했던 경기는 삼성 라이온즈전이었으나, 그 당시에도 나균안은 5이닝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는 등 4월 5번의 등판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4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나균안은 NC 다이노스의 '에이스' 에릭 페디,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SSG 랜더스 서진용, 두산 베어스 곽빈, 타자 쪽에서는 최정(SSG)과 에디슨 러셀, 이원석(이상 키움), 김현수, 문성주(이상 LG 트윈스), 양석환(두산)과 '월간 MVP' 타이틀을 놓고 열띤 경쟁을 펼쳤고, 기자단 투표(11표)에서 페디(17표)에게 밀렸으나, 팬 투표에서 15만 4139표를 획득하며 총점 38.62점으로 영광의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나균안이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 1군 무대에 서고 불펜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보직을 전환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래리 서튼 감독은 월간 MVP 수상 소식에 함박미소를 지었다. 사령탑은 "2군 감독 시절 나균안이 포수에서 투수로 바뀌는 첫날부터 함께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시작할 때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균안이 이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을 옆에서 봤다. 나균안이 충분히 받을만한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 후 포수와 투수를 통틀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나균안은 "오늘(9일) 발표하는지 몰랐다. 아침부터 전화, 축하 메시지가 오면서 알게 됐다. NC 페디, 키움 안우진이 기록적인 면에서 나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팬분들 덕분에 MVP를 받을 수 있었다"며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없었던 경험이라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투수로 받은 월간 MVP, 포지션을 전향했던 시기가 많이 떠올랐던 나균안이다. 그는 "4월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많이 생각이 났다. 지금까지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앞으로와 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배영수 코치님은 '이제 4월이 끝났고, 다시 개막전 시작한다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멋쩍게 웃었다.

타선과 수비의 지원을 받은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동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은 가득하다. 하지만 나균안이 가장 감사한 뜻을 드러낸것은 팬들이었다. 그는 "내가 잘 던졌다기보다는 내가 등판할 때 빅게임이 많았다. (유)강남이 형과 야수 선배들이 많이 도와줬고, 뒤에서는 (구)승민이 형과 (김)원중이 형이 잘 막아줬다. 그리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도움을 주고, 희생을 한 분들이 많은데 너무 감사하다"며 "월간 MVP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는 팬분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체감하고 있는 나균안이다. 그는 "사직동 뿐만이 아니라 식당과 편의점을 가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알아봐 주신다. 그리고 야구장은 홈이든 원정이든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운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흐름이 지속된다면,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과 팬 투표를 통한 올스타 선정까지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나균안은 "아시안게임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의식을 하면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올스타전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이 잘 던지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현재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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