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1위’ 홍콩 따라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부·서울시의 ‘값싼’ 정책
[저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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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시와 함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계와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출퇴근하는 가사도우미를 서울의 가정에 알선하겠다는 이 계획이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합법화하고 돌봄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한다는 이유에서다. 각 가정의 육아부담을 덜어 저출생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실효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는 비전문직 취업비자인 ‘E-9’ 비자 발급 대상에 가사근로자를 추가하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근무 희망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현재 ‘E-9’ 비자로는 제조업·건설업·농축산업 등에만 취업이 가능하다. 다만 중국동포는 방문취업(H-2) 비자를 통해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동부에서 모델을 만들고 서울시가 협력하는 형태”라며 “(가사도우미가) 출퇴근할 수 있게 교통비를 지급하는 것을 포함해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범운영 규모는 100명이다. 이들이 서울시 또는 민간기관과 고용계약을 맺을지, 일하는 가정과 직접 계약할지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대상 특별비자 프로그램’을 성공적인 이민 정책으로 거론한 것에 동의한다”고 밝히는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에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하지만 여성계와 시민사회 반응은 싸늘하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출산 독려책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이 제도를 운영 중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저출생 국가다. 2021년 기준 세계 238개국 합계출산율(‘유엔 세계인구 전망 2022년’ 보고서)을 보면 홍콩이 0.75명으로 가장 낮고, 싱가포르는 1.02명으로 다섯번째로 낮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싱가포르도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싱가포르처럼 저임금을 주고 출퇴근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숙식·교통비를 제하고 남는게 없을텐데 누가 하려고 할지, 싼 가격으로 서비스의 질 저하를 감안하는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030 청년층 생애전망 인식조사’(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0년)를 보면 청년 여성은 자녀를 가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파트너의 양육참여 △공평한 가사부담 △파트너의 출산휴가·육아휴직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가사·돌봄 부담을 또 다른 여성에게 외주화 하는 것이 아니라 가사·돌봄 부담을 성별과 관계없이 평등하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우선이란 얘기다.
중국동포 가사노동자나 E-9 비자로 농촌 등에 취업한 이주여성의 열악한 처우를 볼 때, 결국 착취 대상을 늘리게 될 뿐이란 지적도 나온다. 2017년 서울시 노동권익센터 후원으로 작성된 ‘이주가사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와 정책방안’ 보고서를 보면, 중국동포 가사노동자는 주 6일, 하루 16시간 이상 일하면서 월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들은 “한국 사람이 아니어서”, “가사도우미는 막 대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인격이 무시당하는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E-9 비자를 통해 농촌에 취직한 여성 이주노동자는 “임신할 경우 해고당하거나 임신중지(낙태)를 강요받는 사례도” 보고됐다.(‘이주여성의 다양성과 정책 재구성 방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사실상 저임금, 노동력 착취, 인권침해를 방치하는 제도를 가사노동에까지 확대시키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돌봄노동 시장을 발전시켜 좋은 일자리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더 싸게 어디서든지 (노동력을) 갖고 오겠다는 것이 지금의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성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 말고는 저출생 문제의 실효성 있는 처방이 없다고 말한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주장에는) 가사·돌봄 노동을 평등하게 재분배하는 일과 관련해 기업과 정부의 책임성을 키우려는 노력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다해 손지민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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