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단체 시위로 ‘시끌’…네오나치 승인 vs 시위할 권리

프랑스 경찰이 지난 주말 수도 파리에서 네오 나치를 떠올리게 하는 극우 단체의 시위를 허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시위는 별 탈 없이 끝났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 독일을 무릎 꿇린 유럽 전승 기념일을 앞두고 부적절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논란을 촉발할 것은 29년 전 사망한 극우 운동가 세바스티앙 데지외(당시 22세)를 추모하며 파리 6구에서 현지 시각 이달 6일 열린 행진이었습니다.

데지외는 1994년 5월 9일 당국이 금지한 시위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가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고, 매년 이맘때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려왔습니다.

'5월 9일 위원회'가 개최한 이날 시위에는 경찰 추산 550여명이 참여했고, 켈트 십자가와 흑태양 등 네오 나치를 상징하는 깃발이 곳곳에서 휘날렸습니다.

또 199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다 2000년대 초 해산한 극우 학생 단체 그루프 유니옹 데팡스(GUD)의 구호인 "유럽, 청년, 혁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체로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AFP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파리 경찰 측은 주최 측이 지난 몇 년간 공공질서를 해치는 등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기 때문에 해당 시위를 금지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항변했습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도 9일 기자회견에서 "시위 이미지가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시위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우리의 민주주의"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경찰 조직을 총괄하는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앞으로 극우 시위를 금지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은 6일 시위를 금지하고 싶었지만, 파리 행정법원이 시위를 개최할 수 있도록 주최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시위 허용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강행한 연금 개혁을 규탄하며 냄비를 두드리는 시위는 제한하는 와중에 빚어진 일이라 불만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