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금융' 영업사원 자처한 이복현…금융업계 "글로벌" 이구동성
금융권 '해외진출' 한목소리…금감원장 소통창구 자처 투자환경 개선약속
(싱가포르=뉴스1) 서상혁 기자 = "한국 금융시장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배우고 싶었는데, 이번 투자설명회(IR)를 통해 많이 배우게 됐습니다."(글로벌 보험사 아시아 담당자) "이번 IR 행사를 통해 한국 투자 등에 도움이 될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할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아시아 자산운용사 관계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증권사·보험사가 9일 싱가포르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K-금융 투자설명회(IR)'는 200여명의 해외 기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사전신청자 외에 30여명의 금융 관계자가 추가로 참석해 준비된 자리는 일찌감치 만석이 됐고, 일부 관계자는 장시간 선 채로 설명회를 경청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금융업계의 존재감과 성장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행사에 나선 각 금융회사 수장들은 이구동성으로 '글로벌 진출'을 강조하며 해외 투자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요청했다. 투자자들은 설명회 내내 한국과 한국 금융업계에 대한 호기심과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고, 거침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장기적으로 글로벌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미래 비전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애로를 현지 금융당국에 전하는 '소통 창구'를 자임하는 한편, 필요시 규제 완화도 검토하겠다며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105560)·하나금융지주(086790)·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투자증권(030490)·삼성화재해상보험(000810)·코리안리재보험(003690) 등 국내 6개 금융회사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싱가포르 팬퍼시픽 호텔에서 '금융권 공동 IR'을 개최했다.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 금융시장을 홍보하고 금융감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 사전 등록 못한 투자자들도 현장 찾아…"한국 금융 공부할 수 있었다" 만족감
'INVEST K-FINANCE: SINGAPORE IR 2023'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개회사, 최훈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의 축사로 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첫 번째 세션에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참여 금융회사 대표단이 패널로 참여하는 '해외 투자자와의 대화시간'이 진행됐고, 오후에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선 참여 금융회사와 글로벌 투자자 간 개별 IR 회의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블랙록, 캐피탈 그룹, 싱가포르투자청 등 싱가포르에 소재한 투자기관 소속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총 200여명의 투자자들이 참가했다. 특히 사전에 등록하지 않은 30여명의 투자업계 관계자들도 IR 현장을 찾아 행사장 열기가 뜨거웠다.
현장을 찾은 투자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 외국계 재보험사 관계자는 "조만간 한국에 업무차 방문하는데 그 전에 한국의 금융 시장, 특히 손해보험 시장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배우고 싶어 현장을 찾았다"며 "IR을 통해 한국 시장을 더 배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모 중소 금융회사 관계자는 "중소형 금융회사의 경우 대형사와 다르게 혼자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번 행사를 통해 업무에 도움이 될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다"며 "같은 한국인이라도 이렇게 한데 모이기 쉽지 않은 만큼, 현지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들을 모은 것만으로도 중소 금융회사 입장에선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 KB·하나금융 "글로벌 이익 비중 40%까지 높이겠다"…'해외진출' 한목소리
이날 행사에서 각 금융회사 수장들은 적극적으로 'K-금융 세일즈'에 나섰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현재 20% 수준인 글로벌 이익 비중을 장기적으로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아세안 시장'을 "금융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추켜세우며 공격적인 투자를 시사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한국보다 앞서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선 일본의 경우 현재 40% 내외인데,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40%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며 "동남아 시장에서의 기회 요인을 잘 활용하는 한편, 해외 시장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현지 금융회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맏형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장기적으로 비은행·비이자·글로벌·영업이익경비율(CIR)을 모두 40% 이상으로 맞추는 '40 이니셔티브' 계획을 발표했다. 윤 회장은 "내부적으로 '40 이니셔티브'를 강조하고 있는데, 40대 수치 '네 개'를 만들자는 의미"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 '주주의 이익'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모든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윤 회장은 "국가 성장률을 고려하면 대출 성장률이 앞으로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예대마진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비은행, 비이자 이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은행 금융회사도 한 목소리로 '해외진출'을 강조하며 투자자의 관심을 부탁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미래에셋은 지난 2003년 홍콩에 첫 진출을 하면서 해외 개척에 나섰고 (수수료 수익 위주인) 커머셜 뱅크보다는 투자와 운용으로 수익을 내는 IB로 성장하겠다는 이념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려왔다"면서 "반도체나 K팝 뿐만 아니라 금융도 우리나라의 강력한 '수출 경쟁력'이 될 수 있는데, 미래에셋은 대한민국의 금융수출 1등 회사가 되는 것이 포부"라고 강조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도 "기본기를 다지면서 한편으로는 미래 수익원으로서 해외 비즈니스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다"며 내부의 경쟁력을 키우는 '오가닉(Organic)'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대하는 '인 오가닉(Inorganic)'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홍 대표는 "해외 진출을 통해 두 자릿수 수준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내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 이복현 "금융사 애로, 해외 감독당국에 전할 창구 되겠다"…규제 완화도 검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업계를 위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복현 원장의 이번 싱가포르 방문은 몇몇 금융회사의 지원 요청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원장은 금융회사를 위해 해외 금융감독 당국과의 소통 창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해외 진출한 금융회사들은 문화·제도적 차이로 인·허가 취득에 어려움을 겪는 등 현지 금융감독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에 애로를 겪어 왔다.
이 원장은 "당국 대 당국으로 만나면 공통적인 문제의식과 애로를 느끼는 만큼,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당국 대 당국의 소통 채널을 열어, 국내 금융회사가 바라는 것을 전할 창구 역할을 하려는 강한 의지와 계획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지 진출 시 국내 규제로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규제 완화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회사의 '저평가' 지적에 대해선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마련했다면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강하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 약속을 믿어달라"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재차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앞으로 해외 투자자의 국내 투자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상장법인 영문 공시 단계적 의무화 △장외거래 사후신고 대상 확대 △외환 시장 개장 시간 연장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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