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이 두려워한 김관진의 귀환...국방혁신위 부위원장 내정

최경운 기자 2023. 5.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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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5일 국회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겸 국방부 장관./조선일보DB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출범할 국방혁신위원회의 부위원장급 위원으로 김관진(74) 전 국방부 장관을 내정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방혁신위원회에 김 전 장관을 사실상 부위원장으로 임명해 국방 혁신을 주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과학기술 강군을 향한 윤석열표 국방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로 몰려 구속됐다 풀려난 김 전 장관이 6년 만에 안보 현장에 복귀하게 된 셈이다.

안보 소식통은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국방혁신위 위원으로 낙점했고, 국방부 청사에 김 전 장관 사무실도 별도로 마련됐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국방혁신위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전 장관도 최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혁신위는 작년 12월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강군을 지향하는 국방 혁신 추진을 위해 제정된 국방혁신위구성운영규정(대통령령)에 따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장 포함 11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방혁신 계획 수립과 법령 제·개정, 정책 조율 등을 담당하고 국가안보실장, 국방부장관이 당연직 위원을 맡는다. 대통령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그가 지명한 위원(부위원장급)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

정부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방장관을 지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할 때는 북한에 가장 강력한 대응 기조를 견지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 육군 3군 사령관과 합참의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12월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였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임돼 2014년 6월까지 3년 6개월간 국방장관을 맡았다. 이후 곧바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고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후 물러났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12일 째인 2010년 12월 4일 오후 연평도를 방문한 김관진 국장장관이 연평도 주민 피해현장을 돌아보고있다./조선일보 DB

김 전 장관은 당시 국방장관 취임사에서 “북한이 또다시 우리의 영토와 국민을 대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온다면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으로 그들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북 도발 시 ‘선조치-후보고’ 지침을 내리고 원점 타격을 주문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방장관’이란 평을 들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출범 직후인 2017년 11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가 풀려나 재판을 받아왔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이 2017년 구속됐을 때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과학 강군 육성을 기치로 한 국방 혁신은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 자원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군을 과학기술에 기반한 군대로 전환하고 부대, 병력 구조나 전술 교리도 미래전에 맞게 혁신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국방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윤 대통령은 작년 12월 대통령령을 제정해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국방혁신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그런 국방혁신위 부위원장 역할을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게 맡겨 ‘윤석열표 국방혁신’을 추진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일찌감치 김 전 장관을 국방혁신위 부위원장급 위원으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방장관과 안보실장을 맡았을 때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바탕으로 대북 억지 확보에 성과를 냈다는 점을 평가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인 2010년 12월 취임했는데, 북 도발 시 ‘선조치-후보고’ ‘원점 타격’ 등 강력 응징을 군에 주문했었다. 군인이 도발을 맞아서도 정치적 고려를 하느라 머뭇대지 말라는 지침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에 걸쳐 국방장관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때는 국가 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냈다. 당시 현 조태용 안보실장이 안보실 1차장을, 김규현 현 국가정보원장이 2차장을 맡아 그를 보좌했었다. 안보실장 시절인 2015년 8월엔 DMZ(비무장지대)에서 터진 목함 지뢰 사건에 대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력 대응했고, 이에 당황한 북한이 협상을 제안해와 황병서 당시 북한 노동당 총정치국장과 판문점 담판을 통해 사과도 받아냈다. 북한군은 표적에 김 전 장관 사진을 붙여 놓고 사격 훈련을 할 정도로 적대감을 드러냈지만 도발에 대해선 타협 없는 그의 원칙 대응 기조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한다는 뜻에서 ‘김관진 효과’란 말도 나왔다.

김관진(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015년 8월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6개 항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남북은 이날 북측의 지뢰 도발 유감 표명과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당국 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다. /통일부 제공

그러나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는 한때 옥고를 치르는 등 수난을 겪었다. 2017년 11월 ‘사이버사 정치 댓글’ 사건으로 재수사를 받고 구속됐다가 11일 만에 풀려났지만 지금까지 재판을 받아왔다. 김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이어 2020년 10월 2심에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받았으나 작년 10월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상태다. 그런데 김 전 장관에 대한 문재인 정권 시절 재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를 방문해 사이버사 댓글 사건 수사 기록을 무단 열람한 의혹이 불거져 김 전 장관에 대한 정권과 군 검찰의 표적·기획 수사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윤 대통령은 아직 김 전 장관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그가 국방혁신위원을 맡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도 “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면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항소심 선고 후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당시 안보 상황에 대해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는 소회가 든다”고 했었다. 연작처당은 제비와 참새가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안락하게 지내면서 경계심을 잃어 집에 위험이 닥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일삼는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은 대북 안보 태세 강화를 내보일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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