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AI 기저귀 보셨나요" 하기스가 놀란 스마트 기저귀 만든 박도형 모닛 대표

최연진 2023. 5. 1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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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오염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교체 시간 알려주는 혁신 기저귀 개발
박 대표, 패션 디자이너 출신으로 스마트폰 개발한 이색 경력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기저귀 교체에 민감하다. 용변을 본 기저귀를 오래 채워 두면 피부가 짓무르고 발진이 생겨 아기의 건강에 좋지 않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수시로 기저귀를 확인해야 한다.

번거로운 기저귀 교체를 정보기술(IT)로 해결한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박도형(51) 대표가 2017년 창업한 모닛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기저귀 교체 시점을 알려주는 스마트 기저귀 ‘모닛’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AI가 기저귀 오염도를 확인해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로 교체시기를 알려준다.

획기적 제품을 알아본 곳은 세계 2위 기저귀 '하기스'를 만든 미국 킴벌리클라크다. 킴벌리클라크는 제품이 나오자 모닛과 수출 계약을 맺고 미국에서 판매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요즘 모닛의 스마트 기저귀는 노인이 늘며 기저귀 차는 노인이 아기보다 더 많은 세상이 되면서 어른들에게로 퍼지고 있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박 대표를 만나 모닛의 새로운 도전을 들어 봤다.

박도형 모닛 대표가 기저귀 오염 여부를 AI가 알려주는 스마트 기저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주연 기자

무리한 육아로 허리 다쳐 특허 아기용품 개발

원래 시작은 아기를 업거나 안아줄 때 쓰는 아기띠였다. 연년생 두 딸을 키우는 그는 삼성전자에 다닐 때 아기를 안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다. "공원에서 집까지 수Km를 무리한 자세로 아기를 안고 걸었는데 갑자기 신경이 마비돼 하반신을 못 쓰게 됐어요. 병원에 실려가 근육이완제를 1주일 이상 맞았죠. 병원에서 무게 중심을 계속 바꾸지 않고 한쪽으로 아기를 안으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이를 해결하려고 그는 2015년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선발에 도전해 선정됐다. 여기서 스마트 기저귀 감지기(센서) '모닛'과 안전 아기띠 '베베핏'을 개발했다. "베베핏은 접이식 의자 같은 받침대가 들어간 아기띠입니다. 받침대를 펴면 무게중심이 어깨로 이동하고 접으면 허리로 옮겨가죠. 따라서 어깨와 허리 통증을 번갈아 해소할 수 있어요."

박 대표는 2017년 C랩 동료 6명과 함께 분사한 뒤 이듬해 베베핏과 스마트 기저귀 센서 모닛을 함께 내놓았다. 특허를 받은 베베핏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척추 세움근(기립근)의 긴장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어요. 근육이 긴장하면 피로가 늘어 신체 변형과 만성통증으로 이어지죠."

이 제품들은 국내외 각종 상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베베핏은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레드닷상과 미 유아용품제조자협회 혁신상 등을 받았죠. 지금도 곧잘 돈을 벌어주는 효자 상품이에요."


기적 같은 하기스 수출 계약

스마트 기저귀 센서 모닛은 혁신적인 제품이다. 동전 같은 센서를 기저귀에 붙이면 아기가 용변을 봤을 때 AI가 분석해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준다. 여기 적용된 AI는 고도화된 패턴 알고리즘을 통해 기저귀 오염도를 분석한다. "AI가 대변을 3, 4회 보면 탈수 전조현상까지 파악해요."

제품이 나오자 유한킴벌리가 찾아와 '모닛 바이 하기스'라는 상표로 출시했다. 이를 본 하기스의 본사 미국 킴벌리클라크도 수출 계약을 맺고 2019년 미국에서 '하기스 파워드 바이 모닛'이라는 제품으로 선보였다. "스타트업이 하기스와 동급으로 대접받으며 분사 1년여 만에 수출까지 했으니 기적 같은 일이죠."

그런데 미국서 뜻하지 않은 논란이 불거지며 킴벌리클라크 수출이 1년 만에 중단됐다. "미국의 보수적인 부모들이 아기를 왜 전자제품에 의존해 키우냐며 반발했어요. 안전에 문제가 없는데도 시비를 거니 킴벌리클라크 입장에서 불편했죠."

그때 박 대표는 노인에게로 눈을 돌렸다. 마침 시기도 좋았다. 주요 국가에서 기저귀 판매 대상으로 노인이 아기를 앞지르는 골든 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2013년 일본에서 노인용 기저귀 판매가 아기용을 추월했어요. 우리도 고령 사회여서 노인용 기저귀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요. 매년 신생아 출산은 24만 명 수준인데 65세 이상 노인은 1,000만 명이 넘어요. 노인 시장이 훨씬 크죠."

노인도 아기 못지않게 기저귀 교체 문제가 심각하다. "노인 환자 가운데 의사 표현을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평균 2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는 간병인들은 용변에 상관없이 무조건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아요. 기저귀 교체 직후 용변을 본 노인들은 두 시간 동안 젖은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해요. 그 바람에 요로 감염에 걸리는 노인들이 많아요. 특히 여성 노인들이 많죠."

무분별한 기저귀 교체는 환경 문제로도 이어진다. "무조건 기저귀를 교체하면 썩지 않는 쓰레기를 늘리게 돼요. 기저귀에 포함된 흡수제는 썩지 않아 환경을 오염시키죠."

이런 이유로 박 대표는 스마트 기저귀 센서를 디지털 치료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마트 기저귀 센서는 노인들의 요로 감염 등 치료 비용을 줄여 국민건강보험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불필요한 기저귀 교체를 줄여 환경오염을 막죠."

모닛은 아기용 스마트 기저귀 '모닛'과 성인용 스마트 기저귀 '맥스' 등 2가지를 개발했다. 기저귀에 푸른색 센서를 붙이면 기저귀가 오염됐을 때 허브를 통해 보호자의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준다. 최주연 기자

노인용 스마트 기저귀 시장 진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박 대표는 노인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 기저귀 '맥스'를 따로 개발했다. 맥스는 기저귀에 부착하는 센서와 허브, 스마트폰 앱으로 구성됐다. "모닛처럼 센서가 기저귀의 오염도를 측정해 허브를 거쳐 보호자의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주죠. 오염도를 3가지 색깔로 표시해 누구나 교체 시기를 쉽게 알 수 있어요. 센서는 노인에게 심각한 낙상도 감지해요."

센서에서 앱으로 바로 전송하지 않고 허브를 둔 이유는 배터리 사용시간과 전자파 때문이다. "센서에서 송신 기능을 빼면 배터리 사용 시간이 늘어나고 전자파 세기는 떨어져요. 맥스의 센서는 1주일에 한 번만 충전하면 돼요. 맥스는 전자파 시험 결과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7 정도 나와요. 스마트폰 전자파가 100에 근접하는 것을 감안하면 아주 적죠.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전자파 시험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했어요."

관건은 가격이다. 다행히 모닛은 노인들을 위한 혁신 기술 제품으로 선정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보험용 복지용구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건보 전산시스템 적용이 오래 걸려 9월부터 전국 2,700개 복지용구 판매소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요."


호사다마, 창업자 내분과 해외 투자유치 무산

하지만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다. 수출 등으로 돈이 들어오면서 창업자들 사이에 내분이 생겼다. "창업자 6명 가운데 저는 킴벌리클라크 수출을 계기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세워 나가 있었어요. 나머지 5명이 국내 사업을 맡았는데 의견이 맞지 않아 내분이 일어났죠. 삼성전자 시절 회사의 후광 덕분에 잘 풀린 일들을 각자의 능력으로 착각해 스타트업 경영을 쉽게 생각한 것이 문제였어요. 결국 국내 대표가 그만둬 제가 국내외 사업을 모두 맡게 됐죠."

이때 해외 투자 유치에도 문제가 생겼다. "미국의 유명한 벤처투자사 겸 육성업체 스카이덱에서 투자를 제안해 왔어요. 그런데 스카이덱은 관리를 위해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는 플립을 조건으로 요구했죠."

그런데 플립을 하면 국내에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플립을 하면서 한국회사 주식을 미국에 새로 세우는 본사에 출자하고 미국 본사 주식을 받아요. 이 과정에서 세금이 누적 투자액의 20% 이상 나올 수 있죠. 특히 정부 지원 등을 받은 경우 모두 토해내야 해요." 결국 그는 막대한 세금 때문에 플립을 할 수 없어 스카이덱의 투자 유치를 포기했다.

의류학을 전공한 박도형 모닛 대표는 대학 시절 LG패션이 주최한 인터내셔널 영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 패션 디자이너 출신이다. 이후 상품 기획자로 변신한 그는 홈쇼핑 업계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름을 떨쳤다. 최주연 기자

패션 디자이너 거쳐 삼성에서 스마트폰 개발

원래 박 대표는 인하대 의류학과를 나온 패션 디자이너로 CJ오쇼핑, LG홈쇼핑에서 잘나가는 상품 기획자로 일했다. "CJ오쇼핑에서 기획한 여성의류와 속옷 등 자체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 4년 만에 LG홈쇼핑(현 GS홈쇼핑)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죠. 2003년 LG홈쇼핑 시절 TV 홈쇼핑 사상 최초로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의 상품을 기획해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렸어요."

덕분에 그는 홈쇼핑계의 스타 상품기획자로 이름을 떨치면서 2009년 삼성전자로 옮겼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디자인을 앞세운 '초콜렛폰' '프라다폰' 등이 인기를 끌자 이를 누르기 위해 패션 전문가를 찾았죠."

그런데 입사하고 나서 스마트폰 바람이 불면서 그는 스마트폰 개발에 투입돼 '갤럭시S1'부터 'S6' 개발까지 참여했다. "개발자들이 하루 3교대로 24시간 스마트폰을 개발했죠. 아예 퇴근을 못하고 회사 앞 사우나에서 잠깐 눈 붙이고 다시 일했어요. 그러다 과로로 갑상선암에 걸렸죠."

치료를 마치고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스타트업들을 만나 혁신 기술을 파악하라는 특별 임무를 받았다. 그 경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앞으로 그는 해외 수출을 확대해 세계 기저귀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꿈이다. "일본 거대 화학업체 A사와 데이터 수출 계약을 맺었어요. 기저귀를 만드는 A사는 스마트 센서가 수집한 비식별 데이터를 분석해 스마트 기저귀를 개발할 계획이죠. 여기 들어가는 앱을 우리가 공급해요. 이후 아기와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 기저귀를 공동 개발해 국내외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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