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한다" 단호한 파업 대처에 오른 지지율, '주 69시간' 논란에 마이너스
국정과제 1순위로 꼽을 정도로 노동개혁에 공을 들여온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난 1년은 '달고 매운' 임기 첫 해였다. 당선 직후 연이어 터진 파업 사태와 양대노총 반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지지율이 올랐을 때는 '단 맛'을 느끼다가도,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발표와 대통령실-부처간 엇박자로 역풍이 불었을 때는 '매운 맛'을 봐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는 단절됐고, 노동개혁은 동력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의 실패를 복기하고 사회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①'법치' 강조에 지지율 상승했지만... 혼돈의 노정관계
윤석열 정부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와 화물연대 1차 파업으로 노조 문제와 직접 마주하게 됐다. 두 차례 파업에서 정부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원칙은 '법치'였다. 파업 중인 노조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화물연대와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우조선 하청노조와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만나 대화하며 문제 해결의 물꼬를 텄다.
'대화'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2차 파업 때였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를 연일 강하게 비판했고,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여론도 여기에 호응하면서 30%대에 머물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0%대까지 상승했고, 화물연대는 별다른 소득 없이 파업을 종료해야 했다.
이후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노동개혁 전면에 내걸었다. 지난해 말부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건설노조 수사 등을 강조한 것도 법치주의에 따라 노조의 불법·불공정 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정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 1년간 정부 노동정책이 '노조 때리기', '노조 탄압'으로 비춰지면서 관계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달 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있던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법원 앞에서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커졌다.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역대 정부의 노동개혁 '파트너' 역할을 해온 한국노총마저 대정부 투쟁을 선언한 상태다.
②손발 안 맞는 정부와 성난 여론에 첫 발도 못 뗀 노동개혁
정부가 노동개혁의 첫걸음으로 내세운 것은 '주 52시간제 개편'이었다. 인수위 시절부터 근로시간 제도 유연화 약속을 한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이를 적극 추진했다. 합의가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회적 대화 대신 전문가 집단이 신속하게 내놓는 '밑그림'을 원했고, 이에 따라 교수들로 이뤄진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5개월 간의 연구 끝에 지난해 12월 노동개혁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런데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처음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직접 근로시간 개편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브리핑했는데, 바로 다음 날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주 52시간제 개편은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면서 큰 혼선이 빚어졌다. 고용부에서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노동개혁을 두고 대통령실과 부처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3월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근로시간 제도 입법예고안 발표 직후 산술적으로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했고,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개인 의견"이라고 설명하자 다시 하루만에 윤 대통령이 직접 정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7월 말까지 국민 6,000명의 의견을 들어 개편안을 보완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앞으로 1년은 '반성의 시간'... "사회적 대화 필요" 한 목소리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체로 낮은 점수를 줬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마디로 하자면 '역주행의 노동개혁'"이라고 지적했고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사회적 대화의 상실과 국정과제 철학의 부재 등이 키워드"라고 분석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혁 진행 과정이 허술하게 관리되면서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총론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개혁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데는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며 "특히 법치주의를 정립하는 데는 정부 주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낼만 하다"라고 말했다.
향후 중요한 건 '쇄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병훈 교수는 "올해 초 고용부 업무보고를 보면 올해 안에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하는데, 성공하는 개혁은 단기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를 듣고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며 "지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노동정책으로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명준 선임연구위원은 "결국은 정부가 지난 1년간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고, 폭넓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주요 노동개혁 때마다 사회적 대화가 이뤄져 왔는데, 그 역사와 필요성을 함부로 폄하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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