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상대 실제 전쟁 벌어져”
특별군사작전 대신 ‘전쟁’ 규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모스크바 중심 붉은광장에서 개최된 제78주년 전승절 기념식 연설에서 “우리 조국을 상대로 실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불러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일부 전문 군인들이 수행하는 한정된 군사작전이라는 의미를 부각해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의도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고 표현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안까지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직접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친서방 세력의 쿠데타와 범죄를 저지르는 정권에 인질로 잡혀 있다”며 “이들은 서방의 잔인하고 이기적인 계획을 이행하는 협상 카드가 됐다”고 했다. 전승절은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러시아 최대 국경일이다. 로이터는 “작년 2월 발발 뒤 15개월간 지속된 전쟁으로 서방을 향한 감정이 격앙된 가운데 러시아는 이번 전승절을 맞았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를 향한 ‘대반격’을 공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과의 밀착행보를 더욱 이어갔다. 이날은 러시아 전승기념일인 동시에 유럽연합(EU)에서 제정한 ‘유럽의 날’인데, 젤렌스키는 올해부터 우크라이나에서도 ‘유럽의 날’을 기념일로 경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유럽의 날’은 1950년 5월 9일 로베르 쉬망 프랑스 외무장관이 EU의 모태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창설을 제안한 쉬망 선언을 발표한 데서 유래됐다. 푸틴 정권을 겨냥해 우크라이나는 군사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서방 진영의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과 유럽의 날 기념행사를 갖기 위해 폴란드에서 열차편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를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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