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줄타기…'블랙리스트' 우려 속 韓中 '배터리 합작' 봇물

최경민 기자 2023. 5. 10. 04: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이차전치의 '탈중국'이 화두인 상황에서 배터리·소재 업체들이 '중국과 합작'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 업체가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리튬·전구체 등 핵심 자원·소재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을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려한 의사결정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국내 유력 업체들이 올 들어 중국과 합작사업을 통해 배터리 소재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 배제'를 기조로 한 미국의 IRA(인플레이션방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야화와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기 위해 합작한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새만금에서 거린메이(GEM)와 전구체 생산을 할 방침이다. LG화학과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전구체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엘앤에프는 시노리튬머티리얼즈와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세운다.

이들 합작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모로코에서, 나머지는 대한민국 내에서 이뤄진다. 모두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다. 미 IRA 지침에 따르면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추출 및 가공할 경우 보조금 지급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중국에서 원료를 확보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합작'을 택한 것이다.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은 IRA를 기점으로 삼아 '탈중국'을 향해 한 발 나아간다는 게 기본방향이다. 그동안 리튬, 니켈, 망간, 흑연 등 이차전지에 활용되는 주요 광물뿐만 아니라 전구체와 같은 핵심 소재 역시 중국 의존도가 60~80%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것은 '탈중국'이 당장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시각에서다. 중국이 보유한 자원 및 글로벌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완전히 배제하는 건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 자원 업체들 역시 미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양국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합작사업'으로 나타난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 IRA 및 EU(유럽연합)의 CRMA(핵심원자재법) 등 급변하는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방식"이라며 "미중 갈등 사이에 우리 기업들이 끼어버린 격이 됐지만, 실리는 실리대로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IRA 상 '해외우려단체(FEOC)' 조항이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여기에는 향후 중국 업체들의 이름이 올라올 게 유력하다. 이럴 경우 중국 업체들과 합작사업을 통해 생산한 광물·소재들로 만든 전기차가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중국의 어떤 업체들이 FEOC에 들어갈지, 리스트에 포함된 중국 기업들의 기여도를 어느 정도로 낮춰야 하는지 등이 관건이다.

국내 업체들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JV)이 FEOC에 포함될 경우, 지분 조정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JV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하는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통해 중국 업체의 기여도를 낮춰, 미국 측의 기준을 맞추는 방안까지 고심중이다.

미국 정부가 FEOC 지정을 강하게 추진하지 못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그만큼 글로벌 이차전지 밸류체인에서 '중국'이란 플레이어를 빼놓기 어려워서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FEOC에 중국 기업이 명단에 줄줄이 오르면, 당장 미국 완성차 업체들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며 "중국과 JV를 통해 확보한 제품을 북미 외 지역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 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